국민의힘의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퇴행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어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8·22 전대 레이스에 돌입했으나 보수 재건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권력을 내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올바로 진단하지 못했고, 혁신의 비전을 제시하는 목소리는 약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목소리에 묻혔다. 당 대표 선거는 김문수·안철수·장동혁·조경태 후보 등 4명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김 후보와 장 후보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찬탄파인 안 후보와 조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초선 의원인 장 후보의 지지율에도 훨씬 못 미칠 만큼 찬탄파는 소수파로 전락했다.
지난 대선에서 41%의 득표율로 이 대통령에게 패배한 김문수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여러 차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공개 사과했던 김 후보는 당권 경쟁이 시작되자 태도를 바꿨다. 김 후보는 합동연설회 직전 보수 유튜버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윤 전 대통령이 다시 입당을 신청하면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계엄을 해서 누가 죽거나 다쳤나”고 반문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정말 억울하게 감옥에 갔다”고 주장했다. 당내 강성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불과 2개월여 전에 끝난 대선 유세 때 했던 말과는 너무 달랐다.
김 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힘이 분열하면 개헌 저지 세력이 무너진다”며 “이재명 독재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비상계엄 옹호 발언을 번복하거나 해명하지는 않았다. 전당대회장에 나타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계엄을 비판하는 후보들의 주장이 나올 때마다 “배신자”라고 외치며 당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 투자 의혹이 불거졌지만 국민의힘은 아무런 반사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무기력증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엊그제 발표된 여론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6%로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민주당 지지율(44%)의 3분의 1을 조금 넘었다.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국민의힘에 어떤 미래가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