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사고 취약 시간대

입력 2025-08-09 00:40

시작과 마무리 단계에서 실수하거나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륙 후 5분과 착륙 전 5분을 뜻하는 항공업계의 ‘마의 10분(critical 10 minutes)’이 대표적이다. 지난 6일 케냐 나이로비 인근에서 추락한 의료 봉사단체 소속 경비행기도 이륙 3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들이 전부 숨졌다.

항공업계만 그런 게 아니다. 자동차도 운전 감각이 무르익기 전인 운행 초반과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에 느슨해지기 쉬운 목적지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스포츠 역시 몸이 경기에 적응하기 전인 시작 5분과 이겼다고 방심하기 쉬운 종료 5분 전 실점이 많다. 등산도 처음 올라갈 때와 하산 막바지 단계에서 다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도 수술 시작 직후에 실수하거나 마무리 단계에서 의료 기구 제거에 소홀하는 경우가 있다. 위성 발사도 로켓이 올라가는 초반 단계와 위성을 분리해 궤도에 진입시키는 마지막 단계에 성패가 달려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근로자 사망 사고로 이재명 대통령이 면허 취소까지 거론한 포스코이앤씨에서도 주말 전후인 월요일과 금요일에 중대재해 발생이 잦았다고 한다. 발생 시각도 작업 시작 1시간, 종료 전 1시간 이내였다.

비행 때 ‘마의 10분’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조종사·승무원은 물론 탑승객도 숙지하고 있는 것처럼 건설업체, 제조업체 등에서도 취약 시간대 사고에 경각심을 한층 높여야 한다. 개별 업체도 대비하겠지만 정부나 산업계, 노동계, 학계도 취약 시간대 사고 방지를 위한 보다 전문적인 예방책 마련에 더 힘을 보태야 한다. 가령 작업장 특성에 맞춰 주의 집중을 위한 시청각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다. 또 사고가 잦은 시설·장비에 취약 시간대 접근을 일부 제한하거나 시설·장비를 안전하게 리모델링하는 데에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사고 생존자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고 방지 매뉴얼 개발 및 영상 보급도 필요하다. 업체 비난에만 그쳐선 안 되고 사회 전체가 함께 지혜를 짜내야 산업재해 유령을 보다 빨리 쫓아낼 수 있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