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상으론 ‘부채 9500억’… 아시아나, 마일리지 털어내기 분주

입력 2025-08-11 02:10

대한항공과 통합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소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소비자가 포인트처럼 인식하는 마일리지는 기업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부채’다.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관련 부채는 약 9500억원에 달한다. 마일리지를 털어내야 할 이유가 여기서 출발한다.

마일리지는 항공권 구매, 제휴 카드 이용 등을 통해 적립된다. 단순한 고객 혜택처럼 보이지만, 회계상으론 ‘미사용 수익’ 또는 ‘계약상 부채’로 처리된다. 문제는 이 마일리지가 ‘무이자 채무’라는 점이다. 고객이 마일리지를 쓰지 않는 이상, 기업 입장에선 회계상 부채로 계속 남는다. 사용되지 않은 마일리지가 누적될수록 재무 부담이 커진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는 생활형 제휴처 확대, 항공권 좌석 발권 완화, 펫서비스 마일리지 결제, 모바일 기프티콘 도입 등 마일리지 소진 유도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회계상 부채를 줄이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제도는 내년 통합 완료 시점에 맞춰 단일 체계로 개편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환 비율, 적립 기준, 사용 범위 등을 둘러싸고 양사 이용객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대한항공을 이용해 온 A씨는 “항공권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대한항공을 이용해 왔는데,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대등하게 인정하면 기존 충성 고객이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이용자들은 “합병으로 인한 마일리지 손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항공권 구매로 생긴 마일리지는 차치하더라도 카드 마일리지 적립의 경우 대한항공은 대부분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 적립 비율이 일반적이었던 만큼 일대일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시아나 이용객은 현행 제도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적극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0일 “양측 고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전환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아시아나 고객이라면 통합 전 마일리지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