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최근 학교로 복귀한 데 이어 사직 전공의들도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이 열리면서 의·정 갈등 사태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전공의 채용을 병원 자율에 맡기고, 군입대를 연기하는 등 사직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 걸림돌을 치워줬다. 의료체계 정상화란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국 의·정 갈등 사태를 특혜로 봉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7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의료계와 제3차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 방침에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복지부,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병원협의회 등이 참여했다. 복지부는 각 수련 병원이 오는 11일부터 과목·연차별 결원 범위 안에서 전공의 모집을 위한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직 전공의는 원래 일하던 병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직 전 근무하던 병원·과목·연차에 복귀하는 전공의 채용은 수련병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초과 정원이 발생하면 복지부 장관이 인정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모집 인원을 초과할 경우 정부가 일시적으로 법적 정원을 늘려주겠다는 의미다. 다만 초과 채용한 인원에 대해 재정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사직 전공의 군입대도 늦춰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하반기 복귀 전공의는 수련을 마친 뒤 입대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 다만 내년 군의관·공중보건의로 차출되는 인원이 발생할 수 있는데, 3년 복무를 마친 뒤 기존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특례를 제공키로 했다. 김 정책관은 “전공의 복귀 규모에 따라서 수련 중에 입대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선 사후 정원으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입대한 사직 전공의의 수련병원 복귀는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병원 복귀 길이 열렸지만 실제 전공의 복귀 인원은 ‘안갯속’이다. 복지부는 이날 전공의들 사이에서 제기되던 ‘8월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과 ‘수련 기간 단축’ 등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 전문의 시험은 매년 2월에 이뤄지기 때문에 전공의가 하반기에 복귀하더라도 시험에 응시할 수 없어서 6개월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추가 시험이 없을 경우 올 하반기 복귀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공의는 “전문의 추가 시험이 없으면 지금 들어가서 n년 일해도 n.5년 뒤에 졸업”이라고 말했다.
복귀한 전공의와 의·정 갈등 기간 병원을 지켰던 전공의, 진료지원(PA) 간호사 등과의 갈등 봉합도 과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공개한 대정부 요구안에서 ‘수련환경 개선’ 등을 내건 바 있다.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선 근로(수련)시간 단축, 임금 인상 등의 요구가 나오는데, 그동안 이들의 빈자리를 대신하던 PA 간호사와 전문의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