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묘역 찾아 눈시울 붉힌 정청래… 문 전 대통령에겐 “잘 가르쳐 달라”

입력 2025-08-07 19:06
문재인 전 대통령이 7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찾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앞서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민주당 제공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신임 당 지도부와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양산 평산마을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도 예방했다. 정 대표는 오랜 ‘친노’ 정치인으로서 감회가 남다른 듯 이날 일정에서 자주 눈시울을 붉혔다.

검은 양복 차림으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정 대표의 얼굴은 최고위원들과 나란히 헌화대로 향할 때부터 무거웠다. 1차로 헌화와 분향을 마친 정 대표는 이후 노 전 대통령 비석인 너럭바위로 다가가 국화 한 송이를 한쪽 귀퉁이에 올려두고, 울음을 참는 듯한 표정으로 절을 올렸다.

참배를 마친 정 대표는 방명록에 ‘노무현 대통령님! 정청래입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일행 요청으로 묘역 옆 벤치에 앉아 노 전 대통령 동상과 어깨동무한 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정 대표는 2002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활동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대표 출마 이후인 지난 6월 21일에도 봉하마을을 찾았다.

참배 후 권양숙 여사를 만난 정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노사모 회원들의 응원 덕에 큰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뿌린 씨앗이 어느새 자라 큰 숲을 이뤘다”고 말했다고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뒤이어 평산마을을 찾은 정 대표는 문 전 대통령 내외와 사저에서 1시간 가까이 담소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은 정 대표가 높은 지지 속에 선출된 것을 축하하며 “여러 개혁과제를 잘해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부·울·경 지역 민심이 고무적인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선 대구·경북 지역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지금까지 뵌 것 중 가장 목소리가 크시다. 편하신 것 같다”며 “어려울 때 자주 말씀드릴 테니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또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활발했던 남북 교류협력의 토양이 지난 3년간 무너져 아쉽다. 잘 복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정 대표 일행을 사저 앞까지 걸어 나와 밝은 표정으로 배웅했다.

예방을 마친 지도부는 곧바로 수해 현장인 경남 합천 송곡마을로 이동했다. 정 대표는 가설 천막 아래 앉아 있던 주민들에게 건의사항을 청해 들으며 수첩에 틈틈이 메모를 남겼다. 정치권에선 정 대표의 이번 행보에 대해 여권의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모두 끌어안겠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해·양산·합천=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