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벤처캐피털을 통해 투자하고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110개사 중 한국 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2015년 설립한 벤처캐피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는 전 세계 110여개 기후테크 기업에 35억 달러(약 5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여기에 한국 스타트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경협이 BEV 투자를 받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 20곳을 선정해 분석한 결과 기후테크는 자원 활용 방식을 바꾸고 있고, 일부 기술은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연료와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항공기 개발사인 하트에어로스페이스는 최대 200㎞까지 전기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30인승 항공기를 개발했다. 이착륙에 필요한 활주로가 짧고 소음이 적어 도심 인근 공항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플릿제로가 만든 전기 배터리 기반 해상 운송선박도 기후테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안토라에너지는 재생에너지를 열로 변환해 고체 탄소블록에 저장하고 필요 시 다시 전기나 열로 사용하는 ‘열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과잉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저장해 고온이 필요한 중공업 열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카본큐어는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강도를 높이고 동시에 영구 저장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외에도 무탄소 제철 공정,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시멘트 등 기후 테크는 건설·철강·화학 등 고탄소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지속가능한 자원·소재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 갈리는 ‘세포 배양 면화’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면화보다 물 사용량은 99%, 토지 사용은 97% 줄이고 탄소 배출량은 77% 이상 감축할 수 있다.
한경협은 “증기기관에서 비롯된 산업혁명처럼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유망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