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처음 1만건을 돌파한 외국인 산업재해 신청은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5%가량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산재 위험이 큰 분야에서 언어장벽, 사회적 차별 등 악조건하에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할 확률은 내국인에 비해 3~4배 이상 높은 편이다.
7일 근로복지공단이 작성한 ‘최근 5개년 산재 유족신청 및 승인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주노동자 산재 신청 건수는 5173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4950건)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사고 산재는 4415건, 질병 산재는 758건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75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다 사망했다. 이 기간 외국인 산재 사망 신청 총 75건 가운데 59건이 승인됐다. 사고 산재 신청은 53건 가운데 51건이 승인됐고, 질병 사망 산재 신청은 22건 중 8건만 인정됐다.
외국인 노동자 산재 신청은 5년 연속 증가세다. 2020년 8062건, 2021년 8555건, 2022년 8886건, 2023년 9543건, 지난해 1만161건을 기록했다. 노동 당국은 외국인 산재 신청은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보다 3배 높은 사망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상주 외국인 취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00만명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2900만명)의 3.4% 수준이다. 하지만 산재 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 비중은 매년 10~15%를 꾸준히 기록 중이다.
정부는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서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주노동자 산재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자가 위험한 근무환경에 놓인 경우 사업장 이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고용허가제를 개편할 계획이다. 고용허가제는 원칙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한다.
이용우 이민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외국인 근로자는 산업재해 위험이 큰 분야에 종사하며 언어장벽, 사회적 차별, 고용 형태의 불안정성 등 복합적 요인으로 산업재해로 사망할 위험이 국내 전체 근로자보다 높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문제 등 사각지대를 포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