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이종섭 퇴임 한달 전 “방산이나 특임대사 일 다시 할 것”

입력 2025-08-07 18:35 수정 2025-08-08 00:26
방산협력 관계부처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는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해 3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퇴임 한 달쯤 전인 2023년 9월 15일 만찬 자리에서 “앞으로 방산협력이나 특임대사 일을 다시 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시점은 더불어민주당이 채해병 순직사건 외압의혹과 관련해 이 전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직후다.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관련 범인도피 의혹을 수사 중인 채해병 특검은 당시 만찬에서 나온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호주대사 임명 논의의 시발점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이 전 장관 등과 4시간30분가량 만찬 자리를 가졌다. 개각으로 퇴임하는 장관들이 만찬에 참석했는데, 이 전 장관도 사흘 전인 그해 9월 12일 채해병 순직사건 외압의혹 논란 등으로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을 격려하면서 “앞으로 방위산업과 관련해서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특임대사 임명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그해 10월 7일 퇴임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 사의 표명 직후부터 그를 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키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호주는 방위산업 최우선 협력대상국으로 여겨졌고, 이 전 장관 역시 방위산업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만찬 발언이 나온 시점은 민주당이 그해 9월 5일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직후이기도 하다.

특검은 호주대사 임명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당시 피의자 신분이던 이 전 장관을 국외로 도피시키려는 목적이 아니었는지 수사 중이다. 특검은 지난 4일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영장에 ‘범인 도피’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했고,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공모 시점을 2023년 12월 초로 적시했었다. 이보다 두 달여 앞선 시점에서도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시사한 발언이 나온 것인데, 특검은 호주대사 임명 논의 과정 전반을 세밀하게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7일 특검은 대통령기록관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를 이어갔다.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덕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도 아니고, 실제 호주대사 임명으로 이어질 줄은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외교부로부터 인사검증동의서 제출을 요구받은 2023년 12월 8일에야 호주대사 내정 사실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날은 법무부가 공수처 요청으로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한 날이기도 하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에 임명됐고, 나흘 뒤인 8일 출국금지가 해제됐다. 이 전 장관은 출국 직전 공항에서 한 차례 통화한 것 외에는 호주대사에 내정된 뒤부터 출국 때까지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서현 기자 hy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