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LA FC행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거 ‘은퇴 리그’로 불리던 MLS는 최근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유럽 빅리그 아성까지 넘보고 있다.
1996년 출범한 MLS는 황혼기 스타들의 마지막 리그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07년 LA 갤럭시에 입단한 데이비드 베컴을 시작으로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 카카(올랜도), 웨인 루니(DC유나이티드) 등이 황혼기에 MLS를 찾았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LA 갤럭시에서 2년간 뛰다 은퇴했다.
하지만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2022 카타르월드컵 우승을 이끈 이듬해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했다. 루이스 수아레스와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 등 경쟁력 있는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
MLS가 늦은 출범에도 빠르게 몸집을 불릴 수 있던 건 이른바 ‘베컴 룰’ 덕분이다. 팀마다 3명까지 지정선수로 정해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에 구애받지 않고 영입할 수 있다. 베컴이 첫 수혜자다. 손흥민과 더불어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토마스 뮐러도 7일 밴쿠퍼 화이트캡스에 지정선수로 입단했다.
관중 규모도 유럽 빅 리그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총 관중수는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1210만명에 달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1460만명)보단 적지만 독일 분데스리가(1200만명)와 이탈리아 세리에A(1160만명), 스페인 라리가(1070만명)를 앞선다.
참가팀도 점차 확대 개편돼 현재 미국 27개, 캐나다 3개 등 총 30개 구단이 경쟁 중이다. 15개 팀씩 동·서부 콘퍼런스로 나뉘어 정규리그를 진행한 뒤 플레이오프까지 치른다.
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