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고 SK하이닉스 팔고… 분위기 달라진 반도체주

입력 2025-08-08 00:14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대체로 ‘5만 전자’에 머무르며 투자자 계좌 속 ‘아픈 손가락’이던 삼성전자는 하반기 들어 외국인의 집중 순매수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 중이다. 반대로 신고가를 경신해 온 SK하이닉스는 조정을 받으며 주가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7.89%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5.07%)을 훌쩍 뛰어넘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0.27% 하락했다. 특히 이날 장 초반 두 기업 주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극심했다. 삼성전자는 9시 1분 전 거래일보다 3.20%까지 상승했지만, SK하이닉스는 9시 9분 전 거래일보다 3.29% 하락하는 등 주가 등락률 차이가 5% 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전략을 바꾼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은 상반기 삼성전자는 팔고, SK하이닉스를 사는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7월 이후부터는 반대의 투자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하반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약 3조17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SK하이닉스 순매수는 멈추고 오히려 약 1600억원어치 순매도 중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납품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차세대 HBM4의 납품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만 TSMC에 밀려 손실을 면치 못했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가 테슬라에 이어 애플에서 대규모 계약을 수주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매도 보고서 이후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국내서도 미래에셋증권과 iM증권, DB증권 3곳이 매도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HBM 수요가 줄어들거나 경쟁이 심화가 될 가능성이 있어 SK하이닉스의 HBM 납품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게 이들 증권사의 전망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심리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모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고서 언어를 수치로 변환해 긍정과 부정, 중립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는 중립에서 긍정으로 회복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보수적인 견해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