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현대차-GM… ‘북미·남미용’ 신차 5종 공동 개발

입력 2025-08-08 00:12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아메리카 대륙을 공략할 신차 5종을 공동 개발한다. 그룹사 기준 글로벌 판매량 3·4위로 라이벌 관계인 두 회사가 사업 불확실성이 가장 큰 시점에 손을 잡은 거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중남미와 북미 시장을 겨냥한 신차 5대의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공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한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총 5종의 신차를 함께 개발한다. 두 회사는 각자 강점이 있는 차급의 플랫폼을 주도적으로 개발한 뒤 공유할 계획이다. GM이 중형 트럭 플랫폼을 맡고, 현대차가 소형 차량과 전기 밴 플랫폼을 주력으로 개발한다.

통상 신차 1종을 개발하려면 4~5년에 걸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업계에선 두 회사가 플랫폼을 공유하면 개발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추산한다. 미국이 던진 고율 관세로 인해 급증한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거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해석은 다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협업 중 가장 긴밀한 형태로 평가받는 이번 계약이 어느 때보다 원가 상승 부담이 가장 커진 시점에 나온 것에 주목한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핵심 기술력이 총망라되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업이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신차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중국 브랜드 견제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남미는 BYD(비야디)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가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두 회사는 공유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각자 개발한 내·외장을 적용해 판매한다. 당초 로이터는 두 회사가 공동생산한 뒤 각자의 로고를 다는 ‘리배징’(rebadging) 형태로 협업할 거라고 보도했지만 추후 논의 과정에서 방향이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2028년 출시가 목표다. 공동 개발 차량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회사의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금과 절감 비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GM은 앞으로 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소재, 운송,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소싱(조달) 이니셔티브를 추진한다. 주요 부품 등을 공동 구매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생산 체제를 확장하기 위해 탄소 저감 강판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 프로그램에 기아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추후 참여 여부나 차종별 생산 거점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