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어 애플 뚫었다… 삼성, 반도체 부활 신호탄

입력 2025-08-08 00:41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대규모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침체됐던 반도체 사업에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최근 테슬라로부터 약 22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칩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애플과 차세대 칩 공급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삼성전자가 여전히 건재한 시장 영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 공장에서 애플의 차세대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애플은 전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내 시설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1000억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추가 대미 투자안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애플의 대미 투자액은 총 6000억달러(약 831조원)로 확정됐다. 애플은 향후 4년간 직원 2만명을 직접 고용하고 제조·공급망·연구개발(R&D)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품의 핵심 부품 생산과 반도체 패키징,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미국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으로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구체화됐다.

애플은 구체적인 칩의 종류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아이폰용 이미지센서(CIS)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눈’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자사 이미지센서 브랜드인 아이소셀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 업계 최초로 픽셀 2억개를 탑재한 2억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선보였다. 애플이 신제품 준비에 2~3년의 시간을 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7년 이후 아이소셀 납품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아이소셀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와 생산 총괄을 맡고 있다. 그동안 시스템LSI 사업부는 자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가 갤럭시 시리즈에도 채택되지 못하고,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도 정체되면서 손실 규모가 컸다. 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수율 문제와 수주 감소 등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져 증권가에선 두 사업부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연이은 대형 수주로 두 사업부가 손실을 털어낼 돌파구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도 AI 칩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해 오는 2033년까지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완전자율주행(FSD) 전용 칩인 ‘AI6’을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 고도화, 수율 안정성 확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전략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에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