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오세훈 시장 지시로 만든 ‘비밀의 방’… 화장대란 해소

입력 2025-08-08 00:25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사진) 내 화장로 증설 공사가 완료됐다. 지난해 9월 착공에 들어간 지 11개월 만이다. 서울시는 초고령사회 급증하는 화장 수요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7일 서울추모공원에 신규 설치된 4기의 화장로가 18일부터 가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존 11기였던 화장로가 15기로 늘면서 하루 최대 59건이던 화장 처리 능력도 85건까지 가능해졌다. 불과 1년도 안 돼 화장 처리 능력이 1.5배 가까이 확대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증설로 2040년까지 서울의 장례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화장장 부족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도 서울시가 이처럼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데에는 17년 전 설계 당시 미리 확보해 둔 유휴 공간 역할이 컸다. 서울시는 이 공간의 존재를 몰랐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6일장’, ‘원정 화장’ 등이 속출했다. 시는 화장장 신규 증설을 고려했다. 그러나 ‘화장 대란’ 상황에도 화장장 증설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였다. 대표적인 기피시설인 탓에 신규 부지 매입부터 주민 동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지금은 ‘기대시설’로 바뀐 서울추모공원도 완공까지 12년이 걸렸다.

해법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왔다. 정수용 당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이 화장장 신규 증설 계획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고했다. 정 실장의 보고를 들은 오 시장은 시장 1기 시절이던 2008년 추후 화장로 증설에 대비해 서울추모공원에 공간을 확보해 뒀다면서 빈 공간을 찾아 보라고 지시했다.

최근 만난 오 시장은 “서울의 고령화 속도나 장례 문화 추세를 봤을 때 화장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며 “서울추모공원 지을 때도 ‘오세훈, 너부터 태워주마’라며 반대가 심했는데, 나중에 새로 또 짓기보다는 이왕 지을 때 언제든 확장 가능하게끔 공간을 확보해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7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해당 공간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직원들을 수소문해 창고로 방치된 ‘비밀의 방’을 발견했다. 시는 이 공간을 활용해 화장로를 증설했다. 공사 기간 단축은 물론 비용도 신규 건립 대비 12분의 1 수준으로 절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인프라 관리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된다”며 “선제적 공간 확보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