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는 조선인들이 좋습니다.’ 아무 계산 없는 사랑이 내 안에 훅 들어왔다. 사랑에 빠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첫사랑처럼 올인하게 된다.
나로서는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내가 아닌 내 안에 계신 주님이 하고 계셨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해서 오신 것처럼 말이다. 우리와 사랑에 빠지신 하나님은 끝까지 우리가 어떠하든 우리에게 올인하고 계신다. 내 마음엔 이들 생각뿐이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요일 4:10)
교회에서 쉽지 않다면 교회 밖에서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당신들 편이라고, 그리고 하나님이 당신들 편이라고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 그 당시 했던 내 기도다.
‘주님 저희는 이 땅에 사는 조선인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땅끝에 서 있는 이들을 주님도 보고 계시죠. 이 세상에 하나님이 있는지도, 그 사랑도 모르고 사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주세요. 어떻게든 이들에게 하나님 얼굴을 비춰주세요. 모든 열방이 미전도 종족까지 다 찾아내어 기도하고 있는데 왜 이들은 그 흔한 기도도 받지 못하는지요. 이들에게 어떻게, 얼마만큼 다가가야 하는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혜를 주세요. 혹 무지하여, 하나님 마음을 잘 몰라서, 따라가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나는 바보이오니 알기 쉽게 인도해 주세요.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면 이 마음도 지워주세요. 아멘.’
2015년 9월 교회에 책 한 권이 우편으로 배송됐다. ‘색동’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일본어와 한글이 같이 적힌 정보지 같은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장학금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지만 아들 장학금을 생각하며 혹시나 해 전화했다. 일본 지역 번호를 전혀 몰랐지만, 책이 온 걸 보면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60대 정도 되는 듯한 목사님이 받으셨다.
“색동이라는 책을 받았는데 장학금에 대해서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거기가 어디입니까.” “나고야 옆에 있는 도요타시입니다.” “여기는 오사카인데 책이 거기까지 갔군요.”
첫 통화였지만 대화는 순조로웠다. “오사카에 와 본 적 있나요.” “아니요. 일본에 와서 도요타를 벗어난 적이 없네요.” “좋은 기회네요. 부부가 오사카 여행 삼아 2박 3일 정도 와 보세요. 준비해 놓겠습니다.”
날짜까지 정하고 전화통화가 끝났다. 뭔지 모를 이끌림이었다. 2015년 9월 14일 남편이 직접 운전해 오사카로 향했다. 오사카는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도요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화려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화해의 집’이라고 씌어있는 건물 앞이었다. 화려한 지역을 막 지나 조금은 오래되고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여기는 타츠미 지역입니다. 주민의 80%가 조선인입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