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022년 7월 총경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방침을 밝혔지만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경찰을 떠난 퇴직자들의 경우 인사 불이익 등을 구제할 길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국민일보가 인터뷰한 참석자들은 총경회의의 역사적 재평가와 재발 방지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 불이익 회복 방안에 대해 과도한 특혜는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 6월 총경회의 참석자 55명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행정안전부 경찰국에 대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라는 경찰법 제정 취지를 훼손했다”며 “상위법의 근거 없이 시행령만으로 신설돼 정당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연내 창설 80주년을 기념해 발간할 예정인 ‘한국경찰사’에 총경회의 관련 내용을 기록하고, 회의가 열린 경찰인재개발원 역사관 내 총경회의 전시대를 복원할 계획이다.
이런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도 총경회의가 경찰 독립성을 지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남기는 것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국정기획위원회가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총경회의 참석자 관련 인사상 불이익 회복 조치를 주문한 만큼 향후 예정된 경찰 인사에서도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찰청이 지난 3년간 사실상 ‘블랙리스트’로 관리해 오다 정권 교체에 맞춰 방침을 바꾼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랙리스트 일원인 A총경은 7일 “경찰청이 스스로 (참석자들에 대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나선 게 아니라 정권이 교체되면서 시작된 것 아니냐”며 “경찰청이 아닌 국민에 의한 명예회복”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 3년 동안 정기인사 때마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블랙리스트들에 대한 처우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줄곧 정권의 눈치를 봤다. 그동안 고참 총경들의 경우 뒤늦게 일선 경찰서장으로 발령되더라도 곧바로 퇴직 시한이 다가와 조직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현직 총경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어느 정도 시정하더라도 참석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0명이 넘는 퇴직자들의 경우 개인적 차원의 명예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B총경은 “국민들이 보기엔 똑같은 경찰청인데 과거엔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저 사람들은 의롭다고 한다”며 “(경찰 수뇌부가) 조건이 바뀌기 전에는 말 한 마디 못 했던 것도 개탄스럽다”고 했다.
총경회의 참석자들은 명예회복 방안으로 거론되는 인사 조치와 관련해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하는 과도한 조치는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C총경은 “심한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원래 갔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정도의 조치가 있으면 된다”며 “특별 대접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퇴직자들 중에는 별도 보상보다 총경회의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에 만족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퇴직자는 “복권이나 명예회복보다도 회의 참석에 대해 여태껏 후회해본 적이 없다”며 “경찰이 다시 바로 설 수 있게 돼서 후배들이나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김이현 유경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