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고 익숙한 맛 ‘모노마트식 일식당’… 획일화의 그늘

입력 2025-08-07 18:41 수정 2025-08-07 18:42
기사와 직접 관계가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이자카야와 라멘 전문점 등 일식당들의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과 상호는 달라도 메뉴 구성, 맛, 분위기까지 유사해 “프랜차이즈보다 더 프랜차이즈 같다” “공장에서 조립한 음식 같다”는 불만이 잇따른다. 이런 흐름을 두고 업계에서는 ‘모노마트식 이자카야’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밀키트 식자재와 조리 매뉴얼이 포함된 유통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외식업 전반이 획일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유통 구조의 중심에는 ‘모노마트’가 있다. 패션기업 LF의 식품 계열사 LF푸드가 2017년 식자재 유통기업 모노링크를 인수해 선보인 브랜드다. 모노마트는 냉동 반숙계란, 완조리 가라아게, 포장된 타코와사비 등 일식 특화 가공식품을 넘어, 자영업자 대상 메뉴 컨설팅과 조리 교육까지 제공하고 있다. ‘요리 한 번 안 해본 당신도 음식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파는 진짜 상품이다.

다농마트, 식자재왕 등 다른 식자재유통 전문기업들 역시 모노마트와 유사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매뉴얼대로 해동하고 데운 채 담기만 하면 번듯한 음식을 낼 수 있는 간편 조리 시스템은 인건비와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외식업체 의존도가 높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슷비슷한 식당에 특색있는 수제 메뉴가 드문 시대”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하지만 외식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식자재 유통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비용 때문이다. 식자재기업으로부터 납품받는 식자재는 대부분 단가 1만원 이하로 구성된다. 구매부터 시작해 재료 손질에 이어 요리에 이르는 방식과 비교하면 시간과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훨씬 낮아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지난해 외식업 경영 애로사항 1순위는 식재료비 상승(92.3%)이었다. 경쟁 심화(86.5%), 임차료(82.6%), 인건비(77.5%) 부담보다 더 크게 느끼는 상황이다.

외식업주들도 현실을 인정한다. 경기도 성남에서 퓨전 일식집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는 “함박스테이크나 덮밥류는 고기와 소스가 포함된 시판 밀키트만 써도 충분히 맛있게 나온다”며 “사람은 구하기 어렵고 식자재비는 계속 오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소규모 업장일수록 간편식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간편식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시장은 2017년 3조3964억원에서 2023년 6조101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는 6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식당에서 흔히 쓰는 즉석조리식품의 비중(45.4%)이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일식당은 물론 분식, 백반, 프랜차이즈 카페 등도 동일한 납품 식자재나 완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7일 “창업 문턱은 낮아졌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장 간 차별화된 경험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획일화 흐름이 장기적으로 외식업 전반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