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기독교의 폐해 중에 마녀사냥을 빼놓을 수 없다. 유럽에서 마녀라는 이름으로 죽어간 여성들은 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종교 권력자들은 마녀사냥 매뉴얼도 펴냈다. ‘마녀 잡는 망치’는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사들이 쓰고 교황이 인증한 책이다. 교회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성을 상실한 불의와 폭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치밀하고 체계적이었다. 하지만 무고한 여성을 죽이는 일을 기뻐하지 않았던 이들도 있었다. 네덜란드의 아우데바터르라는 도시 시민들이다. 당시에 마녀는 일반인보다 몸이 가볍다는 미신이 널리 퍼져 있었다(뚱뚱하면 빗자루를 못 탈 테니까). 마녀로 의심을 받아 저울에 오르면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이 도시의 공공 저울은 정확하기로 유명해서 마녀로 의심받는 용의자들이 시의회 의원들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울에 올랐다. 그러나 시장의 서명과 직인이 찍힌 몸무게 인증서에 부정적인 판결이 명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정의롭고 영리한 시민들 덕분에 저울에 오른 여성들은 오히려 마녀사냥에서 해방되는 인증서를 받을 수 있었다. 도시의 기념비적 유산이 될 만한, 양심과 구원의 저울이다.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