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목사가 다 망쳤다”… 현직 목사의 반성문

입력 2025-08-08 03:20
그림은 독일 화가 크라나흐 부자의 ‘비텐베르크 종교개혁 제단화’ 중 최후의 만찬 장면. 열두 제자 중 일부를 직업을 가진 평신도로 묘사했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목회자는 예배와 사역에 특화한 직업인일까. 교회는 예로부터 목회자를 하나님의 부르심대로 그분을 섬기는 성직(聖職)으로 분류했다. 본분대로 소명에 천착해야지, 밥벌이나 사익 추구에 급급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러한 본래 취지와 정반대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소명을 저버린 채 안락한 사무실에만 머무는 목회자. 성도 수와 건물 크기에만 관심을 보이는 목회자. 믿지 않는 이를 찾아 세상에 들어가기보다 익숙한 곳에서 제왕 노릇 하는 목회자…. 저자가 ‘직업목사’로 지칭하는 이들이다.

국내외 온누리교회와 무학교회 등에서 부교역자를 지내다 현재 대전온누리교회 담당목사로 사역 중인 그는 책 제목대로 “하마터면 직업목사로 살 뻔했다”고 고백한다. 그 역시 “하나님 아닌 다른 것에 더 관심을 보이며 사명을 잃은 채 기계처럼 사역했던” 시절이 있어서다. 저자가 “은혜 없이 사역하는 한심한 목사” 생활을 청산할 수 있던 건 복음의 본질을 다시 공부하며 소명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이중직 논란과 번아웃, 목회자 과잉 공급 문제 등 현직 목회자가 마주한 고민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 첫 장인 ‘쿠팡 목사에게 묻다’에선 외곽에서 10년 넘게 개척교회를 섬기다 더는 견딜 수 없어 교회 문을 닫는 사례가 나온다. 그를 이곳으로 이끈 건 당시 사역하던 교회 권사들이었다. 그 개척교회를 후원해온 이들이 기도로 그 교회의 역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저자를 데려온 것이다. 자신보다 선배인 그 교회 목회자가 연거푸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그는 쇠락하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목회자의 소명은 무엇인지 곱씹는다.

“목회자에게 있어 생계보다 더 중요한 건 소명의 문제다.… 배달하면서도 사명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뭐가 문제겠는가. 반대로 나처럼 편안한(?) 제도권 교회서 사역하면서도 그 사명을 잃어버린다면 어찌 참된 목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평신도 역시 목회자처럼 각자의 소명을 받은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이자 ‘복음을 위한 제사장’으로 본다. “다양한 부르심은 결국 한 가지, 제자의 삶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역할이 아닌 얼마나 주님을 닮은 자로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위기 원인을 직업목사가 너무 많은 데서 찾기도 한다. “사람의 입맛에 맞춘 직업목사의 설교엔 복음이 결핍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외부 핍박은 교회를 죽이지 못했지만, 타협된 복음은 교회를 죽였다”며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부흥은 복음을 잘못 가르친 나 같은 직업목사의 각성에 달렸다”고 자성한다.

복음의 핵심과 더불어 목회자의 속내 및 한국교회의 문제를 솔직담백하게 담은 책이다. 교회 비판보다는 본질 회복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직분을 떠나 부르심을 따라 산다면 그 자체가 성직이고 ‘선교적 삶’이란 메시지도 울림을 준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