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 책임 피하려는 전략적 언어

입력 2025-08-06 18:53 수정 2025-08-07 00:13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민중기 김건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가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며 내놓은 짧은 발언을 놓고 일상 화법과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며 과도하게 낮추는 듯한 표현을 두고는 피의자 신분을 희석하고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김 여사 화법에서 특검 조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방어 심리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표현은 특검 수사를 받을 정도의 잘못은 없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내려는 것”이라며 “동정심을 유도하거나 과도한 수사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전략적 언어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표현은 구체적 잘못이 아닌 감정에 대해 사과하는 간접적 화법”이라며 “예정된 소환 시간보다 10분가량 늦게 도착한 것 역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모습으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말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포석이 깔려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청한 심리학과 교수는 “과도한 겸양 표현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죄송하다’는 말이 일부 혐의를 인정하며 고개를 숙인 게 아니라 국민 걱정을 일으킨 데 대한 도의적 사과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김 여사의 말보다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하면서 왜 검찰 조사에 늦었느냐”며 “일반 국민이라면 벌벌 떨게 마련인 기관에 늦게 나온 행동이 본심에 가까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각종 혐의로 커진 비판 여론을 동정론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여사는 자신이 받는 여러 혐의에 대해 엄청난 음모나 계략은 없었다는 점을 항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을 상대로 겸손한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목조목 혐의를 반박하는 대신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이찬희 김이현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