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6일 특검에 공개 소환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영부인 지위를 잃은 지 124일, 김건희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지 35일 만이다. 전현직을 통틀어 영부인이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선 김 여사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10분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도착했다. 김 여사는 건물 내 2층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수사 잘 받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국민께 더 하실 말씀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고 말한 뒤 이어진 혐의 관련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오후 브리핑에서 “김건희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특검 또는 특검보들과의 티타임은 따로 없었다. 특검 수사관들은 조사에서 김 여사를 ‘피의자’로 호칭했다. 김 여사가 원하지 않아 영상녹화 없이 조사가 진행됐다. 심야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후 5시46분 조사는 종료됐고, 이후 조서 열람이 이뤄졌다. 12~1시 점심시간을 포함해 조사 중간마다 10분 단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김 여사는 조사 시작 10시간여 만인 오후 8시52분 조사실을 나왔다. 출석 때와 달리 돌아가면서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조사에 입회한 최지우 변호사는 “(김 여사의) 건강이 매우 안 좋다”며 취재 자제를 요청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특검법상 16개 항목에 달하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이날 첫 소환에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과 공천개입 의혹, 통일교·건진법사 청탁 의혹,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재산신고 누락 의혹 등 출석 요구서에 적시된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김 여사는 혐의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특검은 김 여사를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다. 조만간 신병을 확보해 집중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은 7일 오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예정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서울구치소에 특검의 체포영장 업무에 적극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 1일 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저항하면서 집행이 불발됐다.
박성영 차민주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