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장 내 성평등 노력이 부족한 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여직원이 81%인데 여성 관리자는 한 명도 없는 회사도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미이행한 사업장으로 민간기업 40곳과 공공기관 1곳을 선정해 6일 공표했다. 2006년부터 시행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일터 성평등 달성을 위해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여성 직원·관리자 고용률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 민간기업 2768개사 중 여성 고용률 또는 관리자 비율이 업종별·규모별 평균의 70%에 못 미치고, 정부의 개선 촉구 이후에도 진전이 없는 사업장이 공표 대상에 오른다. 노동부는 ‘적극적 고용개선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개 대상 기업을 최종 선정한다.
41개 회사 중 여성 관리자가 한 명도 없는 곳이 76%에 달했다. 나이스신용정보는 전체 근로자 983명 중 여성 근로자가 799명으로 81%를 차지하는데 관리자 13명 모두 남성이다. 시설 관리 업체인 굿모닝대양도 전체 직원 875명 중 여성 근로자가 470명으로 절반을 웃돌지만, 관리자 직급에 여성은 없다. 여성 근로자 비율이 49%인 대한약품공업, 46%인 한강식품 역시 여성 관리자는 0명이었다.
한국GM은 전체 근로자가 8293명인데 여성 직원 비율은 3.7%(305명)에 그쳤다. 사업지원 서비스 회사인 미래엠에스와 시내버스 업체 동아운수는 여성 근로자 비율이 각각 0.4%와 0.7%로 1%도 안 됐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성평등 관련 권고사항을 3년 연속 이행하지 않은 곳들이다.
공공기관 중에서는 충북개발공사가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됐다. 충북개발공사 여성 근로자 비율은 25%이고 여성 관리자는 한 명도 없다.
명단이 공표된 사업장들은 조달청 심사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41개 기업 가운데 1000인 미만 사업장이 35곳(85.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1000인 이상 사업장은 6곳이었다. 업종별로는 사업지원서비스업이 9곳(22.0%)으로 가장 많았고 육상운송업, 전자산업, 중공업(금속가공·기계장비 등)이 각각 4곳(9.8%)으로 뒤를 이었다.
여성 고용률은 2006년 30.8%에서 지난해 38.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06년 10.2%에서 지난해 22.5%로 늘었다. 이정한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장 내 존재하는 성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남녀평등한 일터 조성에 가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