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 미 플랜트 건설에 정책펀드 830억 출자승인… 대미투자 신호탄

입력 2025-08-07 00:04 수정 2025-08-07 00:04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에서 약 2000억 달러(약 278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펀드 조성에 합의한 이후 정부가 직접 참여한 첫 미국 투자 승인 사례가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미국 친환경 ‘블루 암모니아’ 건설 프로젝트에 자체 펀드 운용을 통해 총 6000만 달러(약 830억원) 규모의 자금 출자를 승인했다. 이번 투자는 향후 대미 투자펀드 운용의 주요 형태가 될 대출 방식으로 집행이 이뤄진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토부는 ‘PIS펀드’를 통해 삼성E&A가 참여하는 미국 인디애나주 암모니아 생산 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83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PIS펀드는 국토부가 2019년 해외건설 수주 및 투자개발사업 지원을 목적으로 조성한 정책펀드다. 이번 투자 재원 중 약 10%는 정부 자금이며 나머지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했다.

이 사업은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15억 달러(약 2조원)를 보조금으로 투입하는 친환경 사업이다. 미국 내 폐쇄된 석탄 발전소 부지를 개조해 블루 암모니아(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암모니아) 생산 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약 24억 달러(약 3조원)다. 총 5개 기업이 참여하고 그 가운데 4곳은 미국 기업이다. 국내에선 삼성E&A가 설계·조달 분야 파트너로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투자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경우 향후 대미 투자펀드 확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측 이해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참여 경험이 축적되면 향후 유사 프로젝트 수주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대형 가스 허브 ‘헨리 허브(Henry Hub)’를 중심으로 셰일가스 수출 기반을 확대하는 사업도 대미 투자펀드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같은 해상설비 사업에서 삼성중공업 등 국내 기업이 참여할 경우 투자 지원도 가능하다.

대미 투자펀드 조성과 맞물려 정책금융기관의 금융 지원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는 이날 미국 최대 해운사 인터내셔널 시웨이즈의 한국 탱커선 6척 구입과 관련해 3억5000만 달러(약 4860억원) 규모의 보증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앞서 무보는 LG화학이 추진하는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신설 프로젝트에 10억 달러 규모의 금융 보증도 지원했다.

이 같은 대출, 보증 방식은 대미 투자 펀드의 주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의 PIS펀드를 통해 승인된 이번 투자도 실집행은 대출 방식이다. 무보 역시 하반기 조직 개편에서 ‘전략산업금융본부’를 통합 운영해 보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자금은 한국 기업의 해외 수주를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