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반중 동맹’ 인도·필리핀 밀착 중

입력 2025-08-06 18:41 수정 2025-08-06 18:44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 총리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양국 수교 75주년 기념 우표를 공동으로 발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와 필리핀이 인도·태평양에서 군사협력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경 등을 놓고 중국과 분쟁 중인 양국의 밀착으로 새로운 ‘반중 동맹’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5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과 국방·안보 분야 협력 증대 등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은 군사회담을 열어 합동훈련과 정보 공유도 강화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 번영, 규칙 기반 질서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도양에서 태평양까지 공통의 가치로 단합했다”고 강조했다. ‘공통의 가치’라는 표현은 중국 견제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마르코스 대통령도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위해 인도와 협력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양국 해군은 지난 3~4일 남중국해에서 첫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인도 해군은 유도미사일 구축함 1척과 초계함 1척 등 군함 3척을 파견했다. 뉴스위크는 이 훈련에 대해 “인도가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에서 필리핀을 지지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필리핀은 2022년 인도산 브라모스 초음속 순항미사일 3개 포대를 189억 필리핀페소(약 4570억원)에 도입하기로 계약하는 등 인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일부 암초의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충돌하고 있다. 인도도 히말라야산맥 일대에서 60년 넘게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데 유혈사태도 여러 차례 겪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협력에 대해 “중국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동맹이 아시아에 형성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안보전문가 레이 파월은 “필리핀이 더 광범위한 협력 관계와 동맹을 통해 남중국해 분쟁을 국제화하려 한다”면서 “필리핀과 인도의 합동훈련은 단순한 군사훈련이 아니라 필리핀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인도·필리핀 관련 질문에 “영토 및 해양 권익 분쟁은 당사국이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어떤 제3자도 개입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인도는 필리핀을 대신해 중국에 맞설 정치적 의지가 없다”면서 “인도의 목적은 필리핀에 무기를 팔아먹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