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부동산 가계대출 대신 기업·소상공인 대출과 첨단 산업 부문에 자금을 집중하는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제2금융권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건전성 관리를 목표로 기업대출을 줄여온 저축은행들이 난제를 떠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기업자금 대출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48조3391억원으로 1년 전(56조3886억원)에 비해 14.3% 줄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53조4586억원에서 45조895억원으로 15.6%나 감소한 여파다. 그중에서도 영세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19.1% 감소해 축소 폭이 가장 컸다.
정부가 지난달 금융권에 주문한 ‘생산적 금융’과 사실상 반대되는 방향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권 협회장들과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그간 금융권이 손쉬운 이자 장사에 매달려왔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자금의 물꼬를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줄이게 만든 근본적 원인인 ‘건전성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곳 중 상상인플러스(8.64%)·동양(10.48%)·라온(10.49%) 3곳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금융 당국의 권고 기준치인 11%를 밑돌았다. 스마트·대백 등 13개 저축은행의 BIS 비율 역시 기준선만 간신히 넘긴 11%대를 전전했다.
연체율 역시 악화일로다. 저축은행 업권의 지난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9.0%로 지난해 말(8.52%)보다 0.48%포인트 올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대출의 연체율은 13.65%로 0.84%포인트나 치솟았다. 지난 6월에는 금감원이 저축은행권에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선으로 관리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형편이 어려운 차주가 많은 제2금융권의 특성상 기업대출 확대는 건전성에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가계여신 중심으로 영업하던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이 단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부실채권 정리와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해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바뀐 정책에 적극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