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금강 상류 수난사고 현장 ‘안전불감증’ 여전

입력 2025-08-06 18:33
지난달 9일 20대 청년 4명이 물에 빠져 숨진 금산군 제원면 금강변에서 나들이객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김성준 기자

충남 금산 금강 상류에서 지난달 20대 청년 4명이 물에 빠져 숨졌지만 사고 현장은 예전과 다름 없었다.

지난 주말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금강 상류 곳곳에는 더위를 피해 나들이 온 피서객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9일 대전에서 온 20대 청년 4명이 물놀이 중 목숨을 잃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하천 곳곳에 ‘사망사고발생지 물놀이금지’, ‘물놀이 사망사고 발생지역’, ‘수영금지’ 등의 경고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아랑곳 않고 피서를 즐겼다.

일가족이 강변에 텐트를 설치하고 돗자리를 편 채 음식을 먹는가 하면, 일부 방문객은 강에 돌을 던지며 주말 휴일을 즐겼다. 한 시민은 강물에 양손을 담그다가 안전관리 요원에게 제지받기도 했다. 이곳을 순찰하는 한 자율방범대원은 “안전요원이 퇴근하고 나면 밤에 다슬기를 잡으러 온 사람들이 물에 들어간다”며 “안전관리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금산군은 이곳에 안전요원을 평일에 2명, 주말에 3명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 4월 물놀이 안전관리 추진계획을 수립한 뒤 기간제 안전요원 13명을 채용해 제원면과 부리면, 복수면, 진산면의 물놀이 위험 지역에 배치했지만 사고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9일 20대 청년 4명이 물에 빠져 숨진 금산군 제원면 금강변에서 나들이객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다. 김성준 기자

경찰은 사고 당일 근무했던 안전요원 2명에게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지난달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사고 발생지 인근 CCTV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사고 당일뿐 아니라 수시로 정해진 근무 시간을 지키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는 등 근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의 근무태만을 방치한 혐의 등으로 20대 담당 공무원도 함께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아닌 군이 직접 안전요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만큼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적인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입건되자 금산군공무원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사고 원인인데, 안전장치 중 일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담당자의 과실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며 “군은 사고 예방을 위해 위험지역 표지판과 부표 설치, 요충지 안전요원과 구명조끼 배치 등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담당 부서의 한 공무원은 “입수 금지를 알리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놨는데도 발생한 익사 사고의 책임을 지자체 말단 공무원에게 묻는다면 재난 안전 업무는 더욱 기피 업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산=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