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상호관세가 현지시간 7일 0시1분(한국시간 오후 1시1분)을 기해 각국에 부과된다. 공교롭게 트럼프 대통령 취임 200일째에 효력이 발생하는 상호관세는 기존 자유무역의 종언을 알리는 동시에 세계 경제의 분절화를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유럽연합(EU)을 포함한 69개 경제주체에 대해 10~41%의 관세율을 차등 적용한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는 무역 협상을 통해 인하, 혹은 트럼프의 통보로 인상된 최종 관세율이 명시됐다. 트럼프는 지난 5월 중동 순방길에 과도정부 초대 대통령까지 만나 경제 제재를 해제한 시리아에 대해 41%의 최고 관세율을 매겼다.
가장 낮은 10% 관세율은 영국과 영국령 포클랜드제도, 브라질에만 책정됐다. 다만 트럼프는 브라질에 대한 별도의 행정명령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등 우파 인사들을 박해해 인권을 침해했다”며 관세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브라질은 최고 관세율을 부과받게 됐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6일 트럼프와 통화할 의향을 밝히면서도 “관세 문제를 논의할 목적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부터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정책을 숨 가쁘게 추진했다. 지난 4월 국가별 상호관세 일방 통보에 이어 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를 선언하고 각국과 무역 협상에 들어갔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도 예외 없이 협상에 나서야 했다. 상호관세 부과 대상 중 한국을 포함한 20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시한 직전인 지난달 30일 기존 25%의 관세율을 15%로 내리는 합의를 이뤘지만 상당수 국가는 시한 내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체결국인 캐나다의 경우 ‘펜타닐 마약의 미국 유입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국과 똑같이 25%로 통보받았던 관세율이 오히려 35%로 인상됐다. 한국처럼 15% 관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는 EU·일본을 포함해 40개국으로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다른 국가들 간 관세 장벽을 높여 기존의 자유무역 질서를 무너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브릭스(BRICS) 회원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에선 이미 대미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포착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캐나다 외무·재무장관을 접견해 에너지 안보를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 등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관세율을 낮춰주는 협상을 벌임으로써 관세 정책이 일종의 수금 활동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