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특검에 출두했다. 이순자 권양숙 여사 등 검찰 조사를 받은 영부인의 전례가 있지만, 공개 소환은 처음이다. 조사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청탁 의혹, 고가 장신구 의혹 등 제기된 혐의가 16가지나 된다. 김 여사는 특검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출두 자체를 거부하는 윤 전 대통령과 달리 각종 의혹에 적극적인 반박과 항변으로 대응하려 함을 뜻한다. 진실 공방이 예고돼 있다. 초유의 영부인 수사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특검은 사실 관계 규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여야 대립의 많은 사안에 김 여사는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었다. 그를 정권의 약한 고리로 여긴 당시 야당이 타깃으로 삼기도 했고, 외부로 노출된 김 여사의 부적절한 행태가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비상계엄의 국헌 문란과 대통령 탄핵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된 과정에 김 여사를 둘러싼 갈등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당연히 개인의 잘잘못을 규명해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 그동안 불거진 의혹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부터 무근한지 밝혀야 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래야 대통령 가족을 둘러싸고 시끄럽게 오갔던 여러 주장의 진위를 알 수 있고, 그래야 김 여사 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문제가 나라를 뒤흔드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례로 삼을 수 있다. 특검은 오직 증거에 입각해 진상을 밝히는 수사를, 김 여사는 엄중한 책임을 느끼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 가족이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은 대통령의 권력이 사적으로 이용됐을 개연성을 뜻한다. 과거에 이미 같은 사유로 처벌된 사례가 있고, 이번에 다시 되풀이되고 있으니, 앞으로 또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빚어질 상황이 한국 정치의 당면 과제로 펼쳐졌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어내려면 특별감찰관을 비롯해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겹겹이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