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북한 땅에 복음의 문을 열어주시고 갇혀 있는 영혼들이 자유와 생명의 복음을 듣게 하소서.”
폭염경보가 내려진 5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내 덕진산성 성곽 위, 한국과 일본 교회 성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체감온도 37도가 넘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두 시간 넘게 임진강 너머 북녘땅을 바라보며 뜨거운 기도를 이어갔다. 순천순복음교회(임창표 목사) 파주풍성한교회(이명화 목사) 뉴라이프순복음교회(임경호 목사)와 일본 오사카의 카리스교회(무라카미 야스아키 목사) 비전교회(오카모토 요리코 목사)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진행하는 ‘2025월드비전커뮤니티 DMZ횡단기도회’ 현장이다.
이번 기도회는 국내 연합교회를 중심으로 매달 북한을 위한 예배를 드려오던 ‘DMZ횡단기도회’에, 그동안 교류해 온 일본 교회들이 북한을 위한 기도에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처음 성사됐다.
이러한 연대의 시작점엔 일본의 오카모토 요리코 목사와 한국의 임창표 목사가 있다. 일본 와세다대 출신인 오카모토 목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태권도 67㎏급 동메달리스트라는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비를 위해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훈련하던 2006년 한국인 코치 권유로 처음 교회에 나갔다. 오카모토 목사는 “그해 성탄절 처음 찾은 교회에서 임창표 목사를 만났다. 그를 통해 복음을 듣고 하나님을 영접했다”고 회고했다. 이를 계기로 훈련하는 가운데서도 틈틈이 성경공부를 하며 신앙을 키우던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을 얻지 못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경기 후 그는 검지를 들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것이 그의 삶에 결정적 변곡점이 됐다. 당시 임 목사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오카모토 목사를 선교사로 파송하며 신학 공부를 권했다. 오카모토 목사는 “기도 끝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하고 2년간 신학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 후 임 목사는 매달 오사카를 찾아 오카모토 목사와 함께 개인 전도를 이어갔다. 10년간의 헌신 끝에 비전교회가 세워졌고 현재 30여명 성도가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한국교회와 일본교회들의 연합 예배는 2014년 임 목사 교회의 브라이드 워십팀이 개최한 여름캠프에 참여한 일본인 성도가 “일본에도 부흥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고백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를 들은 임 목사가 석 달에 한 번 워십팀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 목사는 “교회가 변하면 사역도 달라진다”며 “예배를 통해 달라진 일본 교회와 일어나는 다음세대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일본 교회 안에서 “한국의 사랑만 받아온 우리가 이제는 선교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자성과 결단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다짐이 DMZ횡단기도회로까지 확장됐다. 다음세대 15명과 함께 이번 기도회에 참여한 무라카미 야스아키 목사는 “한국교회의 도움에 기도로 보답하고 싶어 왔는데, 남북 단절의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한일 다음세대가 역사를 바로 알고 연대하며 믿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덕진산성 DMZ에서 임경호 목사는 출애굽기 3장 7절을 본문으로 “북한의 고통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끊임없이 기도하고 행동하자”고 권면했다. DMZ를 처음 방문했다는 스즈키 아라타(16) 군은 “북한이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다고 들었다”면서 “하나님께서 다시 여실 그 땅을 위해 한국 친구들과 함께 기도할 수 있어 좋았다. 돌아가서도 남북통일을 위해 계속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덕진산성을 떠난 일행은 차로 1시간 40여분을 달려 6·25 최대 격전지였던 철원 백마공원을 찾아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예배를 드렸다. 6일엔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기도를 이어갔다. 임창표 목사는 “한·일 양국 다음세대들이 앞으로도 복음의 통로가 돼 한·일을 넘어 열방을 섬기는 세대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주·철원·고성=글·사진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