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춘석, 국회의원직 사퇴하라

입력 2025-08-07 01:30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이춘석 의원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표결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차명거래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자진 탈당한 이춘석 의원에 대해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공평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었고, 새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정책 수립을 주도하는 경제2분과장을 맡았던 만큼 이번 일은 국회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개인의 일탈로 여기거나 소속 정당의 제명으로 일단락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의원은 국회 본회의 도중 보좌관 명의 계좌로 휴대전화를 사용해 주식거래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차명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해당 보좌관은 “내 휴대전화를 (의원이) 잘못 들고 들어갔다”고 했고, 이 의원은 “차명거래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중에도 해당 보좌관 명의의 주식 창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포착됐었다. 이 의원과 보좌관의 해명과 달리 상습적으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해 주식거래를 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좌관 계좌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이 의원이라면 이를 그동안 재산신고에 누락시켰던 만큼 공직자윤리법 위반에도 해당된다. 더 큰 문제는 그가 AI 정책 수립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정부가 독자 AI 모델 개발을 위한 기업을 선정·발표한 날 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인데 자본시장법·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조차 허물어뜨릴 수 있다.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만큼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가 이어지겠지만 이와 별도로 여권은 신속하게 진상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 차원의 긴급 진상조사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법적 절차에 따른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여론은 악화될 여지가 크고 자칫 여권 내에서 비슷한 문제가 재발한다면 새 정부의 개혁 동력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국회에서 법사위원장까지 지냈던 이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성실히 수사와 진상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재명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고, 네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켜줬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