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정치적 흥정이어선 안 돼

입력 2025-08-07 01:10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첫 사면권 행사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논란이 민망하다. 여야 모두 겉으로는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해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정파적 이해 타산에 빠져 국민 통합과 거리가 먼 사면을 조장하고 있다. 여권이 희망하는 사면 대상 중 논란의 핵심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전 대표는 의원직 상실과 함께 수감 생활을 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공공연히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그가 검찰총장 시절 집중 수사를 벌였던 조 전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건 진영 내부의 논리일 뿐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더 노골적으로 뒷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공개적으로는 광복절 특사가 민생 사범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로 조 전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등 정치인 사면에 반대했다. 그러나 송 위원장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에는 자당 소속 정치인과 가족들의 사면과 복권 요구가 담겨 있었다. 송 위원장의 행태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인의 전형이다. 더구나 그가 요구한 사면 대상자들은 금품수수와 성범죄 등으로 복역 중이거나 피선거권이 박탈된 사람들이다. 송 위원장의 모순된 언행은 조 전 대표 등의 사면을 눈감아줄 테니 야당 인사들의 비리도 사면해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정치적 뒷거래나 이해타산의 방편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대법원 확정판결 3개월 만에 김태우 전 구청장을 사면하고 그를 보궐선거에 내보냈다가 참패하면서 이후 정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