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북방어 주도·국방지출의 롤모델”… 미 국방차관 발언 ‘미군 역할축소’로 해석

입력 2025-08-06 18:22

엘브리지 콜비(사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이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는 것과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모델이 된다”고 밝혔다. 대북 방어에서 한국이 더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국방정책 수립을 주도하고 있는 콜비 차관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이뤄진 한·미 국방장관 통화에 대한 평가 취지로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우리와 한국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며 동맹을 현대화할 필요에 있어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전략적으로 지속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 현대화’와 ‘공동의 위협 방어’, ‘전략적으로 지속가능한 동맹’이란 표현은 모두 한·미동맹이 북한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마련한 ‘임시 국방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북한, 이란 등 다른 위협 요인에 대한 대응은 동맹국에 대부분 맡기기로 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비 차관의 ‘국방 지출’ 관련 언급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요구해 동의를 얻어낸 ‘국내총생산(GDP) 5% 국방비 지출’과 연결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GDP의 5%라는 국방 지출 기준을 아시아 지역 동맹에도 적용할 방침인데 한국이 선도적으로 부응해줄 것을 기대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올해 국방 예산은 GDP의 2.32%인 61조2469억원이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