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이 대통령의 삼중고

입력 2025-08-07 00:38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내우외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오직 대통령만이 겪고, 해결해야 하는 최고 수준의 난관이 정권 초반부터 집중됐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압박이 있다. 통상 부문 협상 타결로 한시름 놓았지만 대통령실이 추진했던 ‘홀 패키지딜’은 무산됐다. 통상 부문 약점을 안보 부문의 다양한 카드로 상쇄하려 했으나 미국의 통상 분리 협상 요구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요구는 통상 압박 이상으로 정부를 위태롭게 만들 게 뻔하다. 6·25전쟁 이후 75년간 대북 억제를 위해 존재했던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이다. 쌀·소고기 개방 못지않게 주한미군의 축소 및 전략적 재배치 문제는 극심한 내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국방비·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도 조선업의 미 군수산업 협력에 따른 복잡한 손익 산식이 따르긴 하겠지만 큰 틀에서 국민이 수긍할 만한 합의를 끌어내야만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춰줄 만한 돈이 없다. 이달 예고된 첫 한·미 정상 간 담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린다면 남은 임기 내내 그에게 시달릴 것이다. 반드시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두 번째는 한반도 운전자로 자리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북한은 관세 협상으로 한·미 간 균열이 생긴 시기에 미국과 정부를 상대로 담화를 내놓았다. 정부가 담화 자체를 긍정 평가해도, 부정 평가해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북한은 러시아를 끌어들여 입지를 강화했고,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고 있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 대북 정책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타이밍을 빼앗기고 말았다. 남북 대화를 시도한다면 문재인정부 이상의 대북 견인력을 보여야 하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다.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랬던 문재인정부조차 실패하면서 상황만 더욱 악화하고 말았다.

남북 대화를 후순위로 미룬다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인정하고 북·미 대화를 지원해야 할 텐데, 당연히 보혁 양 진영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올 북·미 사이에 우리 운신의 폭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게다가 북한의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자신에게 비칠 스포트라이트를 뺏기지 않을 것이다. 북·미 대화가 시도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조수석에 앉기도 버거운 게 냉정한 현실이다.

또 하나의 고비는 경제성장과 개혁의 양립이다. 모든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바라지만 민주당원은 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세 정상화나 개혁 움직임은 번번이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관세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이재용 정의선 김동관 등 기업 최고경영자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심에만 신경쓰는 여당 다수는 개혁 법안의 단계적 도입 등 충격 완화보다는 원샷 법제화에 경도돼 있다. 규제 완화, 불합리한 기업 억제 환경 해소에는 앞장서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드물다. 가만히 보면 경제 성장책이나 경제계에 대한 부채는 오롯이 이 대통령 몫이 되어가는 것 같다. 배임죄 완화 같은 지지층 반발이 큰 정책 전면에 대통령이 나서는 모습은 여느 정권 초반과는 다른 모습임이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관세협상 타결 직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정권 후반에서야 시작되는 ‘역사와의 대화’가 너무 일찍 등장한 감이 있다. 이 대통령만이라도 정쟁을 미루고 국가적 인재를 총동원해 실사구시로 돌파를 시도했으면 한다. 그 과정 역시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강준구 정치부장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