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거죠?” 이재명 대통령의 화법은 질문이다. 국무위원은 물론 국민과도 격의 없이 소통하며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지시하고 싶은 내용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거나 공직자 등의 역량 수준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계속 질문하는 건 정말 궁금해서가 아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질문을 통해 끌어내는 스타일”이라며 “이런 스타일을 모르는 참모들이 국무회의에서 당황하기도 한다”고 8일 전했다.
이 대통령의 ‘물음표 화법’은 지난달 29일 처음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감독관을 빨리 구성하라고 했는데 몇 명이나 했느냐” “단속을 매일 나가야지 왜 매주 나가느냐”고 따져 물었고, “불시 단속 이후에도 시정하지 않으면 어떤 제재가 있느냐”고 거듭 질의했다. 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 누구도 즉답하지 못하자, 이 대통령은 “누가 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이게 바로 우리의 문제다. 이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아무도 모른다. 저도 문제”라며 관행적이었던 칸막이식 부처 운영 구조를 질타했다.
이 대통령의 질문은 정책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참모들의 현안 보고를 들은 뒤 질문을 던지며 해결책을 찾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집단지성의 힘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면서 “어떤 회의에서든 끊임없이 질문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법 위반 사실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는 몇 년이 걸리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사고가 발생한 즉시 입찰자격 제한을 가하는 방식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건설사에 대해서는 건설면허 자체를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해보는 건 어떠냐”고 물으며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시흥의 SPC삼립 공장을 찾아서도 질문 세례를 퍼부으며 사고 원인을 짚어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김범수 SPC삼립 대표 등 경영진은 약 1시간 동안 40여개 질문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몇 가지 물어보겠다”며 “새벽 2시에 끼어서 사망한 것이냐. 3교대가 아니라 맞교대가 맞느냐”고 물었다. 여기에 김 대표가 휴식시간 주기를 설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자, 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이야기하느냐. 알지도 못하면서,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고 쏘아붙였다. 순간 정적이 흐르며 현장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김 대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통령은 잠시 침묵한 뒤 “혹시 임금이 너무 낮아서 8시간만 일하면 사람을 못 구하는 것 아니냐, 일주일에 나흘 밤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 근무가 가능하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는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임금·장시간 노동 구조가 사고의 근본 원인임을 인정했다.
간담회 말미에 이 대통령은 대뜸 ‘콘티빵’을 찾았다. “옛날에 콘티빵 있었죠? 그건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은 뒤 “그 공장은 제 부친이 일하던 곳이고, 삼립은 형이 일하던 공장”이라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대통령실 관계자는 “콘티빵 이야기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해당 사업장에 개인적 관심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며 “이를 통해 신속한 대책 마련을 압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틀 뒤 SPC그룹은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 근무를 폐지했다.
이 대통령이 송곳 질문을 퍼붓는 지역 타운홀 미팅은 공직자 자질 검증의 자리가 됐다. 명확히 답하지 못한 일부 지자체장은 서류를 뒤적이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지역 주민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질문은 공직사회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월 25일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에서 광주 군 공항 이전 관련 논의를 이어가던 이 대통령은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를 향해 “부지가 몇 평인지” “탄약고를 옮기면 기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등을 차례로 물었다. 강 시장과 김 지사가 머뭇거리자 이 대통령은 “추상적인 얘기는 그만하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 달라”고 말을 잘랐다. 이 장면이 중계되자 지역주민은 지자체 게시판에 “시장과 지사가 창피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 이 대통령은 김영환 충북지사에게 “충북에서 이런 구조적인 재해 위험 지역이 어디냐” “거기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 어떤 문제가 있느냐”며 질문을 쏟아냈다. 이때 김 지사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한 채 허둥대는 장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 시절에도 지시하고 싶은 게 있으면 ‘혹시 준비된 게 없냐’는 식으로 질문부터 꺼냈다”며 “대통령이 질문하기 전부터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은 질문에 담겨 있다”며 “경기지사 시절 백운계곡 상인과의 간담회에서도 질문을 통해 문제를 하나하나 짚고 해결해 나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대통령의 ‘묻고 답하는’ 회의 방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회의를 하다 보면 ‘여기까지 논의합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유롭게 의견이 오간다”며 “대통령의 질문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이 준비하게 되고,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를 마친 뒤 “국무회의를 일주일에 몇 번씩 더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앞으로 더 많은 질문을 쏟아낼 것을 예고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