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인명을 앗아가는 ‘추락·끼임·부딪힘’ 사고 예방 규정이 여전히 준수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3대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규정 위반 건수가 당국에 적발된 위반 사례의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3대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 올해 점검 사업장을 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5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산업안전 감독 결과에 따른 법 위반 유형별 적발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산업안전 감독을 통해 적발된 위반 사업장은 모두 5만4648곳이었다. 이 중 추락·끼임·부딪힘 관련 안전조치 위반은 2만9716건으로 전체의 54.4%를 차지했다.
추락을 막는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가 1만8218건(33.3%)으로 가장 많았다.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 임시로 설치하는 비계나 작업발판 등에서 추락 예방 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경우가 주로 적발됐다. 이어 끼임 7182건(13.2%), 부딪힘 4316건(7.9%) 순이었다. 끼임은 회전축·롤러기·프레스 안전, 부딪힘은 통로·차량 충돌방지 관련 조항 위반이 많았다.
3대 사고 관련 위반 건수는 2021년 4560건에서 2022년 7569건으로 65.9% 증가했다. 2023년 7698건, 2024년 7340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3314건이 적발됐다. 특히 3대 사고는 산업재해 사망 원인의 과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사망자는 827명이었다. 이 중 추락이 278명(33.6%)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 97명(11.7%), 부딪힘 80명(9.7%) 순이었다.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발생한 사망사고 4건 중 2건은 추락사였다. 전날에는 이 회사 시공 현장에서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으로서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는 점검 사업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기존에는 한 사업장을 방문하면 길게는 며칠 동안 들여다봤다. 앞으로는 3대 사고에 초점을 맞춰 짧지만 밀도 있는 감독을 진행한다. 당초 노동부는 올해 감독 사업장을 2만4000곳으로 잡았지만 하반기에 이를 4만40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국 사업장 260만곳 중 한 해 감독하는 사업장은 2만4000곳으로 불과 1% 수준”이라며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종=황민혁 기자, 허경구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