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협상 테이블서 전략적 모호성 유지해야”

입력 2025-08-06 02:02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조현 외교부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김지훈 기자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 협의 테이블에 대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역할론을 공식적으로 꺼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챙기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본격적인 안보 협상에 접어들기 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실은 5일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현 외교부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 “한·중 간 일부 사안에 이견이 있더라도 민생 및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중 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이라며 “조 장관이 중국과의 관여 필요성을 관련국들에 제기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음을 살펴 달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전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중국은 동북아에서 이웃국가에 다소 문제(problematic)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 수사로서 수위가 높은 조 장관 발언은 동맹국들의 중국 압박 동참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한·미 간 안보 협상 테이블에는 주한미군 역할을 대중국 견제 등으로 활용하는 ‘동맹 현대화’ 방안은 물론 양안(중국·대만) 간 갈등 발생 시 한국의 역할 설정에 대한 논의도 일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동맹 현대화 전략을 주도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한국에 확장억제력을 보장하겠지만 북한의 재래식 무기 위협은 한국이 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결국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역할 확대는 한반도 안보지형 변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조 장관의 발언은 이재명정부의 ‘친중’ 성향에 대한 미국 내부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1동맹(미국) 3친선(일본·중국·러시아)’ 관계를 바탕으로 열강 사이에서 국익 중심의 전략을 취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와 충돌하는 지점이다. 특히 협상 테이블에서 실제로 미국이 중국과의 분쟁에 대한 한국의 개입을 높은 수준으로 요구해 올 경우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노선은 송두리째 흔들릴 우려가 있다.

이미 중국은 이 대통령이 표방하는 실용외교가 사실상 ‘위태로운 줄타기’라는 견해를 알리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양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조 장관 인터뷰에 대해 “중국은 국제 규범을 확고히 수호해 왔다. 주변국들과 모두 양호한 관계”라고 반박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동맹의 가장 중요한 이점은 ‘억지’이고 가장 큰 맹점은 ‘연루’다. 지금은 동맹이 ‘아주 비용이 큰’ 리스크로 다가온 시기”라며 “대책을 정교하게 세울 때까지는 모호함을 유지해 미·중 양측의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최예슬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