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은 포화” 수출에 승부 건 청년농들

입력 2025-08-06 00:22

경남 진주시 소재 농업회사법인 ‘매료된청년들’의 정동훈(31)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내수와 함께 수출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올해로 4년째 딸기 농사를 지으며 수출에 공들인 효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정 대표는 지난해 경남도가 선정한 ‘30만 달러’ 수출탑 수상자 14명 중 한 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부친을 따라 자연스레 농업을 접했다는 정 대표가 내수 시장보다 수출에 눈을 돌린 데는 새로운 판로 개척 필요성이 컸다고 한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알기로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만큼 품종 역시 해외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신경을 썼다. 스마트팜 8개동을 운영 중인 정 대표는 당도가 높고 표피가 덜 묽은 수출 특화형 딸기 품종인 ‘금실’을 주력으로 재배하고 있다.

정 대표처럼 수출에 주력하는 청년농은 아직 많지 않다. 개별 농가가 신선 농축산물 수출 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통관 절차나 시장 개척 등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장벽이다. 정 대표는 이 난제를 농업 수출전문회사에 납품하는 형태로 풀어냈다. 성과는 즉시 나타났다.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7개월간 수출액이 5억원가량 된다”고 전했다.


농가 소득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정 대표처럼 수출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농 중에서도 수출 시장으로 먼저 눈을 돌린 이들의 성과가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5년 단위로 실시하는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39세 이하 청년농의 가구당 농축산물 연평균 판매액은 4710만원이다. 평균 판매액의 배 이상인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청년농 비중은 상위 10% 수준에 불과하다. 정 대표처럼 연간 5억원 이상을 판매하는 경우는 더 드물다. 30~34세 청년농 2760가구 중 판매액이 5억원 이상인 가구는 전체의 2.5%인 70가구뿐이다.

수출 시장 개척에 성공할 경우 농가 소득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청년농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충남 서산시에서 올해로 7년째 표고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하진이네 버섯뜰에’의 김형래(34) 대표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국내 판매가 주력이긴 하지만 소량이라도 건표고버섯 등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억원 정도가 수출을 통한 매출이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수출용 품목이 더 이윤이 많이 남는 것은 아니지만 판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물꼬만 트이면 국내와는 발주량 자체가 아예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도 수출에 따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에 수출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그간 정부 지원이 잇따랐던 만큼 수출 시장 개척을 위한 ‘기자재’는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주요 신선농산물 수출 지원 사업으로 9개 정도가 가동 중이다. 우선 금융 측면에선 수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융자 프로그램인 ‘농식품 글로벌 육성 지원 자금’이나 수출 안전성 확보를 위한 ‘수출보험’이 있다. 이 외에도 잔류농약 검사 등 통관을 위해 필요한 안전성 관리,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농식품 글로벌 성장 패키지’ 등 간접 지원 사업도 적지 않다.

신선농산물 수출 시 필수인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력도 농식품부가 지원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CA(Controlled Atmosphere) 컨테이너’ 기술이 대표적이다. 산소 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인 CA 컨테이너 기술은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지역에 딸기 참외 등을 신선하게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다만 정부 지원책이 농가보다 수출 전문 기업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로 인해 개별 품목을 생산하는 청년농들과 수출 전문 기업 간 연계를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 대표는 “혼자서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는 힘들다. 표고버섯을 수출하게 된 것도 서산시와 협약을 맺은 수출업체와 연이 닿은 덕분이었다”며 “(농가와 기업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지자체별로 있다면 청년농들이 수출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