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공급이 본격화할 3기 신도시 5개 지역의 착공률이 5%도 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정부는 수도권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3기 신도시를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토지 보상과 인허가 협의 지연 등 난제가 산적했다. 교통망 확충과 용적률 상향도 풀어야 할 과제다. 3기 신도시 등 강력한 공급대책이 없다면 올해 말부터 수도권 집값이 급등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019~2020년 조성이 시작된 3기 신도시 5개 지역(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창릉, 부천대장)의 착공 물량은 8154가구다. 이 지역들의 공급예정물량인 18만5796가구(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 4.4%밖에 안 된다. 하반기 공급이 예정된 남양주왕숙 두 블록을 포함해도 9044가구다. 3기 신도시 공급은 5%가 채 안 되는 규모로 시작하는 상황이다. 입주 시점이 가장 빠른 지역(인천계양·1106가구)조차 내년 12월 스타트를 끊는다. 다음 입주는 2027년 11월 부천대장 1000여가구다. 2028~29년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2018년 문재인정부의 3기 신도시 계획대로면 올해 상반기 첫 입주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인천계양부터 1년 이상 지체되고 있다. 2022년 지구 지정된 광명시흥, 인천구월 등 후발주자들은 토지 보상 절차도 돌입하지 못했다.
사업 지연으로 사전청약 이탈도 잇따랐다. 인천계양 A3블록은 지난해 본청약에서 사전청약 당첨자 41.8%(562명 중 235명)가 청약을 포기했다. 2021년 사전청약 당시보다 입주 예정일이 미뤄지고, 공사비 인상 등 변수가 발생한 영향이다. 최근 본청약을 진행한 남양주왕숙 A1, A2 블록도 추정 분양가가 사전청약 때보다 약 8000만원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공급일정을 무리하게 잡고 사전청약을 진행해 실수요자 기대감을 키웠지만 사업 지연으로 사전청약자들의 실망과 이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는 3기 신도시 공급을 서두른다는 방침이지만 난제들이 산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토지 보상이다. 기존 주민이나 공장 등에 대한 보상 절차가 지지부진하다. 고양창릉에선 군부대 이전으로 문제를 겪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보상금을 많이 주면 해결이 쉽지만 정부는 정해진 기준이 있고, 군부대를 이전할 지역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맹꽁이 같은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는 등 돌발 변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 확충과 용적률 상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GTX는 신도시의 서울 도심 접근성 향상에 핵심이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 교수는 “GTX 확충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수도권) 분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3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196%)을 1기 신도시 재건축 기준용적률 수준인 300~350%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기 신도시 재건축과 비교하면 3기 신도시는 용적률이 너무 낮아 시공사 참여 유인이 적다”며 “용적률을 상향하고, 34%인 녹지 비중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신속 추진 등 공급 대책이 없다면 6·27 대책의 집값 안정 효과가 3~6개월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3~30일 주택학회 이사 69명에게 내년 집값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상승’ 응답은 54%, 보합과 하락은 각각 30%, 16%였다. 주산연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3기 신도시 신속 공급, 민영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규제 혁파, 도시정비 활성화 등 강력한 공급 대책이 없으면 올해 4분기에 집값 급등세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영 권중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