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합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5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주최한 ‘진화하는 한·미 경제동맹: 관세를 넘어 기술 및 산업협력으로’ 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 타결됐지만 세부 협상에서 다뤄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좌담회에는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펠로우와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태 안보의장 등 해외 전문가들도 참석해 미국에서 보는 관세 협상 평가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인 대미 투자 펀드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문안상 모호한 부분이 존재하고 투자 펀드 조성 과정에서 한·미 간 입장 차가 존재한다”며 “정부가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전략산업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금융패키지(출자·대출·보증)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조성해 집행할지 구체적인 내용은 불분명하다.
안보 이슈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제기됐다. 후속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이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올리고 방위비 분담금도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해 왔다.
고관세, 미국 이전 기조 등으로 국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 주도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투자가 미국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적극적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정책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트럼프정부 출범부터 지속되던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향후 세부 협상을 통해 많은 실익을 얻기를 기대한다”며 “팀코리아로서 민관이 머리를 맞대 정부는 기업 목소리를 듣고 기업은 국익 관점에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