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 폭염 일수(일 최고기온 33도 이상)가 절반에 육박하는 등 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달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이달까지 3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5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1% 올랐다. 지난 6월 2.2%에 이어 두 달째 2%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특히 전례 없던 폭염으로 더위에 취약한 농산물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시금치는 전월 대비 78.4%나 가격이 뛰었다. 비교적 고온에 강한 열무의 가격 상승률도 57.1%에 달했다.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 시세는 전월보다 12.2%,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7% 상승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7월 폭염 일수가 14.5일로 지난해보다 10.2일이나 오래 지속해 채소·과실 가격이 오르는 데 영향을 줬다”며 “수박은 폭염과 폭우로 출하량이 줄었는데 수요는 늘어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생선과 해산물을 아우르는 ‘신선어개’의 물가상승률도 7.6%에 달했다. 2023년 2월(8.1%)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특히 고등어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때 6월에 16.1%, 7월에 12.6% 각각 올랐다. 금어기 종료로 생산량이 늘면서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오름세를 보였다.
축산물은 지난달 21일부터 풀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산 소고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상승했고, 돼지고기 물가도 2.6%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사례에 비춰보면 축산물 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0년 5월 재난지원금 지급 후 1년간 한우 물가상승률은 9~10%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폭염과 폭우의 영향으로 이달까지 3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8월 물가는 집중호우·폭염 등의 여파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소비쿠폰이 지급된 영향으로 소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보통 소비가 올라오면 시차를 두고 물가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이의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