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 격하된 ‘AI교과서’에 에듀테크 업계 대혼란

입력 2025-08-06 00:10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도입된 지 한 학기 만에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되면서 AI교과서 플랫폼을 개발했던 에듀테크(교육기술) 업체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도입이 결정되고 추후 교육지원청의 구독료 지원이 끊길 가능성도 있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AI교과서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동시에 인력 감축 등 추가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AI교과서는 윤석열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AI교과서를 교과서로 인정했지만, 전날 국회에서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들은 올해 2학기부터 자율적으로 AI교과서 도입을 결정하게 된다.

에듀테크 업체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약 8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를 회수할 수 없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손해배상 청구와 헌법소원 등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업체별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이미 지난 2월 전체 인력의 30%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비상교육도 AI교과서 관련 사업부를 축소하고 인력을 재배치한 상태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입지가 좁아진 에듀테크 업체들은 AI교과서 도입이 무산되면서 또 한번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월 구독료를 받고 문제 해설을 제공하던 미국 교육업체 ‘체그’는 12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 중이다. 기존에는 학생이 문제를 올리면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답변자가 해설을 제공하는 식으로 온라인 과외가 이뤄졌는데, 챗GPT와 제미나이의 등장으로 이런 모델은 설 자리를 잃었다.

개발자 교육 커뮤니티 ‘스택 오버플로우’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스택 익스체인지가 운영하는 이 커뮤니티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문답을 주고받는 곳이다. 개발자 업계에서는 코딩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커뮤니티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곳 역시 2022년 챗GPT가 등장하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2021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20만여건의 질문이 등록됐지만 최근에는 수천 건 수준으로 급락했다.

에듀테크 업계는 해외 시장 진출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할 전망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AI 미술 교육 플랫폼을 앞세워 일본 현지 검증 작업(PoC)에 착수했다. 비상교육도 AI 통합 교육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앙아시아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국내·공공 분야에서 신기술이 구현되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동남아 등 해외로 수출이 이어졌다”며 “이번 AI교과서 플랫폼 개발에 활용했던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윤선 김지훈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