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책 맡은 이춘석, AI 관련주 억대 차명 거래 의혹

입력 2025-08-05 18:55 수정 2025-08-06 00:01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좌관 명의로 억대 주식을 차명 거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경제2분과장도 맡고 있는데, 차명 거래 의혹이 불거진 종목은 이와 연관성이 깊은 인공지능(AI) 관련주였다. 이 의원은 논란이 확산하자 5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야당은 형사고발 조치에 들어갔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 조사를 지시했으나 이 의원이 자진 탈당해 당내 조사나 징계는 할 수 없게 됐다.

온라인 매체 ‘더팩트’는 전날 국회 본회의 도중 이 의원이 타인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는 휴대전화 화면을 포착해 이날 보도했다. 사진 속 주식 계좌주는 이 의원의 보좌관인 차모씨였다. 이 의원은 책상 아래로 휴대전화를 감추고 실시간으로 주가를 확인하며 거래를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의원이 거래한 차씨 명의 주식 계좌에는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씨엔에스 420주 등 1억원이 넘는 AI 관련주가 들어 있었다. 특히 네이버와 LG씨엔에스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국가대표 AI’ 개발팀에 포함된 곳이다.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기업들은 향후 정부 지원을 받아 ‘K-AI 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이 의원은 국정기획위에서 AI 정책을 담당하고 있어 이해충돌 소지도 있다.

이 의원은 의혹 보도 직후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타인 명의로 주식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오후 8시쯤 정 대표에게 전화로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은 전했다. 권 대변인은 “정 대표는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탈당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이상 부담 드릴 수는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형사고발 조치에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을 즉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고 금융실명법 등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주식계좌 명의자인 이 의원의 보좌관 차씨는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성윤수 한웅희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