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판사 쇼핑 부를 가능성”… 특별재판부 신설 우려 목소리

입력 2025-08-05 18:49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을 시사한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 입맛에 맞춘 재판부를 따로 구성해 특정 사안을 맡긴다는 발상이 사법부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지난달 8일 ‘내란사건 전담 1·2심 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박찬대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는 정 대표를 포함해 115명의 여당 의원이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의원 등은 “특별재판부 설치 등 기존 사법 절차에 대한 특례를 마련함으로써 정치적 독립성과 재판의 신뢰성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제시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재판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안은 국회와 법원,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으로 구성된 9인의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특별재판부 법관과 특별영장전담법관을 추천토록 돼 있는데, 사실상 정치권의 ‘판사 쇼핑’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경법원 부장판사는 “결국 판사들 성향에 따라 구성된 재판부가 특정한 사안을 심리토록 한다는 건데, 사법부의 신뢰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는 “특정 사건 재판을 위해 특정 판사를 선택하는 방식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사안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가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사법농단 사태’ 때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 있지만 위헌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하의 법원행정처에서도 반대 의견을 내면서 법안 통과는 최종적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 관계자는 “사법농단 사태 때는 재판 당사자들이 대부분 법관이기 때문에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이유라도 있었다”며 “현재 여당에서 추진하는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과는 추진 배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활용해 여당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게 되면 결론을 정해놓고 재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관에 대한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충실히 운영하는 쪽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양한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