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흥행 돌풍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OST 인기도 계속되면서 극 중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메인곡 ‘골든’은 영미 주요 차트를 석권했다.
미국 빌보드는 4일(현지시간)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골든’이 2주 연속으로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골든’은 지난달 초 81위로 ‘핫 100’에 데뷔해 23위, 6위, 4위, 2위로 성큼 올라섰다. 스트리밍(2890만)은 ‘핫 100’ 진입곡 가운데 5주 연속 최다를 기록했다.
빌보드와 함께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는 ‘골든’이 1위에 올랐다. K팝 아티스트가 이 차트 정상을 차지한 건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13년 만이다. ‘골든’ 외에도 ‘유어 아이돌’이 10위, ‘소다 팝’은 11위, ‘테이크다운’이 63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틴 탤벗 오피셜 차트 CEO는 지난 1일 “전 세계를 지배하는 한국 장르(K팝)의 또 다른 획기적 순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골든’ 인기는 국내서도 뜨겁다. 에일리, 에이핑크 정은지 등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 잇달아 커버 영상을 내놓고 있다. 선대 헌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1세대 걸그룹 S.E.S 메인보컬 바다의 영상은 특히 주목받았다. “조상님께서 기강 잡으러 오셨다” “진짜 선대 헌터님이 오셨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극 중 세계관을 현실로 확장한 일종의 놀이 문화까지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OST는 ‘케데헌’의 글로벌 성공을 이끈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은 “영화에 삽입된 모든 곡을 수준 높고 잘 만들어진 진정한 K팝 음악으로 채우고자 했다”며 “그러기 위해선 한국의 K팝 레이블과 협업하는 것이 중요했다. 작곡을 맡아준 테디와 그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의 음악이 작품 분위기와도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는 ‘케데헌’ 인기 이유를 분석한 기사에서 “성공 비결은 바로 음악”이라며 “K팝은 이 영화의 심장이고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는 초자연적 무기로서 감동의 순간을 증폭시킨다. 다른 애니메이션이 음악을 상업적 요소로 활용하는 데 비해 ‘케데헌’의 음악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풍성함을 더한다”고 짚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