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모(28)씨는 무더운 날씨에도 밤이 되면 공원으로 향한다. 8년째 러닝을 즐기고 있는 그는 “러닝 인기를 실감한다. 몇몇 마라톤 대회는 아이돌 콘서트를 예매하듯 ‘서버시계’를 켜놓고 접수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러닝 열풍이 거세다. 유통·패션을 넘어 식품과 여행업계까지 러닝을 활용한 콘텐츠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2030 러너들이 놓치기 아까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다.
5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검색어 ‘러닝’은 지난 6월 역대 최고치(100)를 기록했다. 2004년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조사를 비교한 결과다.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에는 살짝 내려갔으나 여전히 높은 관심도(94)를 이어갔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브릿지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러닝화 시장은 2023년 165억9000만 달러(약 23조551억원) 에서 2031년 307억 달러(약 42조6637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능성을 앞세운 글로벌 브랜드들이 나이키·아디다스 중심의 기존 구도를 흔드는 양상이다. 스위스 스포츠 브랜드 ‘온’이 하반기 서울에 3곳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 알려지며 러너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를 유통하는 조이웍스는 지난해 매출 8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9% 성장했다.
이런 흐름을 이끄는 건 2030세대다.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유통·패션업계는 소비자들과 ‘함께 달리는’ 경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러닝 특화 매장 ‘나이키 라이즈’는 연회원 1000명 규모의 ‘나이키 런클럽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러닝 클래스도 연다. 뉴발란스는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북촌점을 ‘런 허브’로 리뉴얼하고, 러닝화·러닝복 대여 서비스와 함께 경복궁·광화문 등 주요 명소를 아우르는 러닝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체험형 콘텐츠는 식품·여행업계로도 확산했다. 롯데웰푸드는 아이스크림 ‘설레임 쿨리쉬 바닐라’ 출시를 기념해 오는 31일 서울 마포구에서 ‘2025 설레임런’을 개최한다. ‘열 받는 러닝대회’가 콘셉트다. 러닝 후 아이스크림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제품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놀(NOL) 인터파크투어는 최근 육상 국가대표 출신 코치와 백두산에서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발성 제품 홍보가 아닌, 러너들이 공감하고 매력을 느낄만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