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글지도 靑 노출’ 통상 마찰 우려에 국내만 보안 조치

입력 2025-08-05 19:01 수정 2025-08-06 00:17
5일 오후 검색한 네이버 지도(왼쪽)에서 청와대 일대가 흐릿하게 처리된 반면 구글 지도에서는 본관과 관저 등이 뚜렷하게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앞두고 청와대가 다시 1급 보안시설로 지정됐지만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한 정부가 국내 포털에만 이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런 차이가 발생했다. 각 사 서비스 캡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앞두고 지난 1일 청와대가 다시 1급 보안시설로 지정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지도 서비스에서 청와대 일대가 흐릿하게 처리됐다. 반면 구글 지도에서는 청와대 본관과 관저 등 주요 시설이 여전히 식별 가능하다. 정부가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해 구글은 제외하고 국내 기업에만 관련 보안 조치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SKT(티맵) 등 국내 지도 서비스 사업자들은 청와대 인근에 대한 가림 처리를 완료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카카오 지도에서는 청와대 본관과 관저 주변이 전부 삭제돼 식별이 어렵다. 윤석열정부 시절 용산 대통령실 운영에 따라 청와대는 별도 가림 없이 공개됐으나 새 정부가 복귀를 예고하면서 다시 가림 처리가 적용된 것이다.

반면 구글 지도에서는 청와대 여러 시설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구글은 국내 지도 서비스에서 티맵 데이터를 활용하므로 정부 지침을 이행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 정부에서 용산 대통령실 청사는 즉시 가림 처리를 했다.

이는 정부가 구글을 공문 발송 대상에서 제외한 데서 비롯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지리정보원)에 청와대의 1급 보안시설 재지정을 앞두고 국내 지도 서비스 가림 조치를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지리정보원은 이달 1일부터 국내 사업자에게만 청와대 지역을 흐릿하게(블러) 처리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구글을 예외로 분류한 배경에는 통상 마찰 우려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구글은 지난 2월 미국이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한 ‘고정밀 지도 반출 규제’와 관련해 축척 5000분의 1 지도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사안이 한·미 통상 협상의 핵심 의제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칫 통상·외교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을 정부가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구글이 외국계 기업이어서 공문 발송과 같은 강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법적 부담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다만 전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