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테두리) 부분이 곡선인 ‘이형(異形) 디스플레이’ 설계를 인공지능(AI)에 맡겼더니 8시간 만에 작업이 끝났다. 사람이 직접 깎아 만들면 한 달이 걸리던 작업이다. 기존 3주가 소요됐던 공정 품질 개선 작업도 AI가 전담하자 이틀 만에 종료됐다.
LG디스플레이는 5일 AI 전환(AX)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개발부터 생산, 사무 영역까지 전체 공정에 자체 개발한 AI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 첫 단계로 최적화된 설계 도면을 제시하는 ‘설계 AI’를 도입하기로 했다. 예컨대 이형 디스플레이는 일반 화면과 달리 패널 외곽부 엣지 부분이 곡면이나 얇은 베젤로 돼 있어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도입된 ‘엣지 설계 AI 알고리즘’은 각 상황에 필요한 패턴을 자동으로 설계해 한 달이 걸리던 작업 시간을 8시간으로 단축했다.
‘AI 생산 체계’를 통해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같은 복잡한 디스플레이의 제조 공정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OLED 제작에 필요한 광학 설계는 시야각에 따른 색 변동을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역시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사람이 5일에 걸쳐 반복했던 일이지만 AI는 이를 8시간으로 줄였다. 설계안 작성부터 검증, 제안까지 전 공정을 AI가 담당하고 여러 경우의 수에 따른 다양한 상황을 자동으로 분석해 대비책을 제시한다.
사무직 직원들도 AI 흐름에 참여한다. LG디스플레이가 자체 개발한 AI 어시스턴트(비서) ‘하이디(HI-D)’에는 AI 지식 검색, 화상회의 실시간 번역, 회의록 작성, 메일 초안 작성 등 기능이 탑재돼 있다. 앞으로는 하이디가 보고용 PPT를 만드는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AI 도입에 따른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생산체계 도입 이후 생산성이 향상돼 약 2000억원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뒀고 외부 솔루션 대신 AI 어시스턴트를 개발함으로써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는 “AX를 전사로 확대 적용해 체질 개선, 원가 혁신, 수익성 개선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사 차원의 AX 혁신을 추진해 사업의 근본 경쟁력을 높이고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