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약수교회(박원빈 목사)는 풋살장과 소극장 소그룹실 등 교회 내 공간을 주민들을 위해 개방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라는 취지 아래 주중 유휴공간을 나눠 쓰기 위한 시도였다.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최근 중구청(구청장 김길성)과 협약을 맺고 현판식도 열었다.
박원빈 목사는 5일 국민일보와 만나 “교회가 지역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마치 섬처럼 느껴지는 현실에 대해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주민들과 공간을 나누는 것은 기독교의 전통적인 환대 개념, 나그네를 섬기는 사명과도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공간 이용 조건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해당 지역 주민이어야 하고 모임 후 정리정돈을 직접 해야 한다는 정도다. 이미 교회 공간 이용을 문의한 첫 팀도 있다. 지역 음악팀이 노래 연습을 위해 공간 사용을 요청했다. 박 목사는 “공간 개방이 교회가 섬김의 주체로서 세상 한가운데 있다는 정체성을 회복하는 작은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구청과 협약을 맺은 교회는 약수교회를 포함해 총 8개 교회다. 장충단교회(장승민 목사) 나눔의교회(곽충환 목사) 신일교회(배요한 목사) 만리현교회(김한규 목사) 예수마을교회(장학일 목사) 장충교회(장재찬 목사) 문화교회(김형진 목사) 등이 총 33개 공간을 개방하고 연말까지 시범운영에 참여한다. 8개 교회는 중구교구협의회 소속으로 협의회는 평소에도 구청과 소통하며 다양한 사업을 함께해왔다.
8개 교회 공간에서는 주민들이 동아리 모임이나 평생 학습, 봉사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다. 일부는 구민을 위한 행정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구청 행사나 교육 장소 등으로 사용된다.
장충단교회는 교회 부속 건물 1층 오아시스 카페를 개방했다. 기존에도 무인 카페 형식으로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열어뒀고 근처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점심 후 커피를 마시러 들르거나 지역 난타 모임이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곤 했다.
장승민 목사는 “구청과 협약을 맺은 후에는 주민들이 구청까지 가지 않고도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청 직원들이 찾아오는 게 편리해 보였다”며 “교회 공간을 나누는 일은 주민들에게 문턱을 낮추고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 의미가 있다. 주중에 죽어 있던 공간이 주민들과 함께 살아나고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길성 구청장은 “공간을 개방해 준 8개 교회에 감사드리며 관내 종교시설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용미 김동규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