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사역만큼 건강 소중해… 선교사들에 안부를 묻자

입력 2025-08-06 03:01
선교사들의 사역만큼 건강도 소중하다. 몸이 아픈 한 남성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면서 고통을 참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선교사들은 왜 이렇게 많이 아픈 거예요?”

최근 목회자와 선교사가 함께했던 모임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자리에는 스페인에서 사역하는 A 선교사가 있었습니다. 그는 귀국 직후 치과 진료를 받았고 결국 치아 3개를 한꺼번에 뽑았습니다.

말할 때마다 드러나는 빈자리가 지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선교지에서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근본적인 원인이었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서 병을 키웠습니다.

“현지에서 치과 진료를 받고 뽑았던 이가 문제였어요. 의사가 뿌리를 뽑지 못하고 그대로 둬 완전히 썩어 버린 거죠. 왜 그렇게 붓나 의아했어요. 그 때문에 주변 치아 모두 영향을 받았죠. 한국 치과의사가 ‘도대체 어디에서 뽑은 거예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건강 관리 못 해 민망합니다.”

무심히 그간 있었던 일을 전하는 A 선교사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조금 더 일찍 치료받고 제대로 치료했으면 이렇게 많이 뽑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죠….”

임플란트 치료를 다 마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번번이 선교지를 비울 수 없어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지 예측할 수조차 없습니다.

B 선교사는 부인과 질환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모(某)국에서 사역 중인 그는 한국에 오면 시간을 쪼개가며 병원 진료를 받습니다. 오지에서 사역하다 보니 병원 구경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죠.

그나마 한국에서 가까운 나라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중에는 치료를 위해 아쉬운대로 몇 달에 한 번씩 귀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C 선교사가 대표적입니다. 간 경화와 당뇨 합병증으로 두 달마다 정기 검진이 필요한 그는 “현지에 마땅한 병원이 없다 보니 부득이 선교지를 비우고 진료를 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발표한 ‘2024 한국선교 현황 보고’에 따르면 10.14%의 선교사들이 건강 때문에 사역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교사 10명 중 1명꼴로 건강 문제로 사역을 중단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내 선교계도 선교사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은 의료 기금을 마련하는 등 선교사 건강 종합 대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도 작은 규모의 선교단체 소속 선교사를 위한 건강 보험 가입을 주선하고 있죠.

태국 방콕에서 20년 넘게 사역했던 한 선교사는 “선교사는 희생과 헌신의 직분이다.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죠.

다만 이런 당부도 했습니다. 너무 아플 때는 후원교회에 “아프다.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이죠. 이 말을 들으며 교인이나 후원 교회 목회자들이 먼저 “선교사님 건강은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선교 140주년을 넘어 선교 2세기를 열어가는 한국교회에 서로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는 따뜻한 시선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