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 대표의 ‘협치 거부’… 李 정부 발목 잡는 ‘자기 정치’

입력 2025-08-06 01:20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노골적인 ‘협치 거부’ 행보를 시작했다. 역대 여야 신임 대표가 해온 관례에 따라 5일 국회의장 및 각 정당 대표를 예방하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쏙 빼놨다. 조국혁신당 등 군소야당을 차례로 찾아가고 김민석 국무총리도 접견했지만, 축하 화환을 보낸 국민의힘에는 일정 조율을 위한 연락조차 없었다. 지도부 상견례 차원의 여야 교류는 극한 정쟁이 일상이던 지난 정권에서도 예외 없이 이뤄졌다. 비상계엄 이후에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취임 인사차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이런 기본적인 대화조차 거부한 정 대표는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제1야당을 ‘사람도 아닌 집단’으로 매도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복원되길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면서, 무엇보다 매우 유치한 행태다.

정 대표의 행보에 가장 머쓱해진 사람은 아마 이재명 대통령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18일 만에 야당 지도부를 초청해 서둘러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내각 인선과 추가경정예산 등 현안에 대한 야당의 의견을 묻고 들었다. 정 대표의 논리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사람도 아닌 상종 못할 세력’과 악수하고, 밥 먹고, 쓴소리도 여과 없이 청취하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셈이 된다. 이재명정부가 출범 후 꾸준히 지지율을 높여온 것은 ‘통합과 실용’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선 득표율을 웃도는 국정 지지도는 새 정부의 방향에 진영을 넘어선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음을 뜻한다. 이를 정 대표가 망가뜨리고 있다.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자기 정치’인 듯한데, 이재명정부는 물론이고 개인의 정치적 미래에도 도움이 될 리 없는 구태 정치의 방식이다.

누가 ‘찐명’인가를 다투다가, 누가 더 강경한가의 대결로 흐른 민주당 대표 경선은 이재명정부의 최대 리스크가 민주당일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낳았다. 정 대표의 행보는 그것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부디 기우로 끝나기를 바란다. 지금 여당이 해야 할 몫은 정치를 복원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