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느는 우울·불안… 미래 불확실한 2030 ‘적색경보’

입력 2025-08-06 03:00
게티이미지뱅크

이유진(가명·36)씨는 오랫동안 교회 봉사에 헌신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이씨 역시 겉으로는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1년 넘게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늘 내 선택과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부모님의 수용적이지 못한 양육 환경이 결국 어디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서툰 인간관계로 이어졌고 누구와도 문제를 두고 의논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갈수록 개인화되는 현실 속에서 우울과 불안 등 마음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의 영혼을 돌보는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 물밑에는 오랫동안 신앙 생활했음에도 여러 이유로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신앙공동체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교회 밖으로 떠도는 신자들이 많다. 현실의 교회 내에는 여전히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을 신앙심이 부족하거나 기도를 하지 않아서라고 깎아내리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의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 성도 5명 중 1명 이상이 우울과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목회자 10명 중 4명(43%)은 ‘정신질환은 기도와 금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목회자의 24%는 ‘교인들의 정신질환은 믿음이 약해 생기는 현상’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식이 마음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교회 공동체와 멀어지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또 정신과 상담을 삶이 편해서 생기는 ‘귀족병’이라고 얕잡아 보는 시선은 상담이나 치료를 주저하게 만들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천 부평구건강가정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호은 주안장로교회 부목사는 “신앙생활을 오래 해온 분들일수록 감정을 죄책감으로 억누르며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며 “신앙인에게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는 말씀으로 배운 용서 및 사랑과 실제 감정 사이의 괴리”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신앙인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며 “상처받은 감정도 괴롭지만, 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향한 죄책감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30대 기독 청년 이씨도 “신앙이 없음에도 늘 행복해 보이는 주변 사람과 내 모습을 비교하게 되며 ‘이러면서 신앙이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하는 자괴감이 들어 더 힘들었다”며 “큰맘 먹고 담당 목회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기도해보자는 원론적인 답변 밖엔 못 들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교회의 미래인 20·30세대 신자 중 마음 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실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부설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는 만 19~39세 기독교인의 심리상담을 돕는데, 해마다 상담 신청자 수가 늘어나면서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이들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곽은진 위드 공동소장은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내담 청년 대부분 정서 불안과 사회 갈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결합한 형태를 보인다”며 “불안과 우울감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신앙을 가진 청년들이 불안이나 우울을 호소하는 경우 신앙관과 갈등을 빚을 수 있고, 이는 내적 죄책감이나 탈(脫) 신앙으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마음 건강에 대한 교회의 소극적 대응은 그리스도인을 비롯해 현대인들이 사이비·이단 종교 단체에 미혹될 가능성을 키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이비·이단들이 주요 포교 수법 중 하나로 심리 상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곽 소장은 “기성세대와 달리 공동체성이 약해진 환경에서 자란 요즘 세대는 모든 문제를 오로지 신앙의 문제로 치부해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점점 전문 치료가 필요한 양상으로 보편화하는데 목회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히 신앙심 부족으로 치부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문제의 본질이 아닌 현상 해결에 급급해 비전문적이고 임기응변적 대응에 나서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보혁 김동규 기자 bossem@kmib.co.kr